ADVERTISEMENT

미세먼지 절반은 중국 탓 … 서울시, 알고도 3년 쉬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시가 2010년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이 중국’이라는 결론을 내고도 3년간 발표하지 않았던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익명을 원한 서울시 관계자는 “2008~2010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대기오염을 조사했고, 서울시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기여도가 49%로 가장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경기·인천이 26%, 서울시 자체 발생이 21%였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서울시장을 정점으로 하는 공무원 조직의 관료주의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시는 매연절감장치에 대한 예산 지원 등 자체적인 미세먼지 절감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게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시장의 노력이 폄하될 것을 우려해 이를 발표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시는 고건 전 서울시장 때부터 매년 평균 10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13년 말까지 1조2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그런데 오염이 중국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시 관계자는 “당시 초미세먼지 발생이 중국 때문이라는 팩트가 공개됐다면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5월 중국발 황사와 스모그에 대한 불안이 증폭될 때 먼지만 쌓이던 보고서의 결론을 슬그머니 공개했다. 하지만 미세먼지경보제 시행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 끼워넣은 것이라 대중의 관심을 못 끌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가 28일 내놓은 대기 관리 종합 정책에는 중국 관련 부분이 포함돼 있다. 미세먼지 오염원이 중국이라는 결론이 나온 지 4년 만이다.

 서울시는 종합대책을 통해 먼지의 발원지인 중국 베이징시와 대기오염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는 업무협약(MOU)을 추진하고, 서울시 공공기관의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대기 관리의 기준을 미세먼지에서 초미세먼지로 전환했다. 미세먼지는 직경 10㎛(마이크로미터·1㎛=1000분의 1㎜), 초미세먼지는 2.5㎛ 이하의 입자다. 크기가 작을수록 폐·혈관 등에 쉽게 침투한다.

 대책에는 CCTV를 통해 배출가스저감장치가 없는 공해 차량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서울시의 고민은 적지 않다. 서울시 최영수 기후대기과장은 “베이징의 중국 공무원들은 미세먼지 얘기를 꺼내기만 해도 거부 반응을 보인다. MOU가 성사된다고 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자료 미공개로 대기오염 정책이 방향을 잡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시는 “2011년 관련 내용을 부분적으로 공개했다”고 해명했다. 2008~2010년 용역을 맡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2011년 ‘서울시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현상의 원인분석 및 지역별 맞춤형 관리대책’이란 보고서를 냈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가 보고서 내용을 확인해 보니 “미세먼지는 중국 등 장거리 지역에서 39% 정도가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서술돼 있었다.

강기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