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신호등…경기 지표|한국의 측정 방법을 알아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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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경기 동향을 둘러싸고 회복기다 하강기다하는 견해가 갈려 있다. 경기란 몸무게나 키를 재듯이 정확히 계량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엇갈린 견해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경기는 심리적 요인이 많고 또 감각적으로 호·불황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감각적인 느낌만으론 미흡하다.
경기 조정 정책을 위해선 가능한 한 통계적으로 경기 동향을 측정해야 한다.
경기가 과열일 땐 진정 정책을, 침체할 땐 부양 정책을 써야한다. 그러나 과열이나 침체 국면이 나타나고 나서 정책을 쓴다면 이미 시기적으로 늦다. 때문에 경기 추세를 사전적으로 파악하고 정책도 예방적인 것이 돼야 한다.
각국이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프랑스」는 경기 경고 제도를, 미국은 「인플레」 경보 제도를, 일본은 경기 동향 지수와 경기 경고 지표를 각각 채택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일본과 비슷하게 경기 예고 지표 (Busi-ness Warning Indica-tors)와 경기 동향 지수 (Diffusion Index)를 한국 은행에서 집계 발표하고 있다. 또 보조적인 것으로 산은이나 경제 단체에서 발표하는 경기 실사 지수 (Business Survey Index)가 있다.
경기 예고 지표와 동향 지수는 경기에 관계된 여러 경제 지표를 통계적 방법으로 파악한다는 점에선 공통되나 그 성격은 다소 다르다.
우선 경기 예고 지표는 경기 국면을 신호등으로 파악하는데 각 지상별로 판단의 기준치를 설정, 그 변화 폭까지도 나타낸다.
때문에 경기 예고 지표는 경기 정책에 대한 신호등의 역할을 한다. 현재 경기 예고 지표에 사용되는 경제 지표는 화폐 발행, 국내 여신, 수출입, 어음 교환, 물가, 건축 허가 면적 등 14개이다. 각 지표별로 적 (과열) 청 (불황) 적황 (상향성 안정) 청황 (하향성 안정) 등으로 4구분하여 이를 종합하여 종합 신호가 나오는데 이 종합 신호로써 경기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72년6월까지 청신호 속에 있다가 72년7월부터 청황으로, 또 72년11월부터 적황으로, 73년2월부터 적신호로 바뀌어 현재까지 적신호가 계속 되고 있다. 즉 73년2월이래 경기가 과열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경기 동향 지수는 생산·출하 등 17개 지표를 대상으로 전체로서 경기가 하강 국면에 있는가 상승국면에 있는가를 파악한다.
즉 생산이 상승세에 있는가, 출하가 하강세에 있는가 하는 방향만을 「체크」하기 때문에 경기의 전환점을 파악할 수 있어도 경기 추세의 강도는 측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경기 정책에선 경기 동향 지수보다 경기 예고 지표가 유용하다. 경기 동향 지수는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이다』하는 신호라 볼 수 있다. 경기 실사 지수는 일정 기간 전국의 주요 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자료를 수집하여 경기 국면을 파악하는 것이다.
경기 동향 지수와 예고 지표가 나타난 경제 지표를 기초로 하는데 반해 경기 실사 지수는 실제의 「앙케트」를 자료로 하므로 주관적인 성격은 많으나 현실적이라는 강점이 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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