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항문출혈이 꼭 치질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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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자나 여자나 대변에 피가 섞이는 항문출혈은 의의로 많이 겪는 증상이다. 누구나 대변에 붉은 피가 섞여 나오면 일단 긴장한다.
그러나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 치질이려니 지레짐작하고서 기껏 가까운 약국엘 찾아가 치질에 좋다는 약이나 복용하려든다.
남자건 여자건 좀처럼 자기의 엉덩이를 의사에게 보이려하지 않는다.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러한 자세는 크나큰 위험성을 안고있다.
항문 출혈은 언제나 치질을 의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록 치질이라고 할지라도 단순한 내복약으로 간단히 퇴치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치질의 중요한 증상은 항문출혈이다.
그러나 치질 외에도 대변에 붉은 피가 묻어 나오는 병적 상태는 여러가지가 있다.
예컨대 중년기이후에 특히 문제가 되는 대장암이나 직장암의 경우나 지양성대장염 또는 장「폴립」때도 항문 출혈은 중요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더우기 40대 이후에 갑자기 몸무게가 줄어들고 빈혈기가 있는데다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면서 피가 섞여 나올 때는 대장암이나 직장암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항문출혈이 있을 때는 무턱대고 치질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곧 의사에게 보여 정확한 진찰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최근에는 직접 항문으로 직장경을 삽입해서 암을 비롯해 문제가 잘 생기는 직장과 대장을 관찰하는 「테크닉」이 개발되어 질병의 초기발견에 크게 도움이 되고있다.
그러므로 항문출혈이 없더라도 40대가되면 남녀누구나 직장경으로 항문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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