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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칼럼

이라크·시리아 내전의 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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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교수
전 주한 미국대사

이라크와 시리아의 내전이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데 의문을 품는 사람은 알카에다 연계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단체 전사들은 시리아를 넘어 접경인 이라크 안바르 지역으로 쏟아지고 있다(※시리아와 안바르 지역은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다). 이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하면 중동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군의 알카에다 세력 소탕을 포함해 안바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이라크가 현재의 국경을 지키기 위한 투쟁과 다름없다. 이라크 수니파가 미래를 두려워하는 만큼 시아파도 앞날을 두려워할 만한 여러 이유가 있다. 시아파 지도자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수니파 지도자와 활동가들을 탄압하기보다 그들과 협상·타협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그 스스로도 시아파 주도로 이라크를 통합해야 하는 매우 힘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라크 유권자들은 4월 30일 총선에서 알말리키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라크 수니파가 시아파 리더십을 받아들일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들은 시아파의 정치 권력을 대변하는 또 다른 시아파 지도자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적이 없다.

 초심자들에게는 2010년 이라크 총선에서 세속적 시아파 리더가 주도하는 ‘이라크민족운동(이라키야)’연합을 중심으로 수니파를 연합하는 노력이 종파 정치 탈피로 가는 희망적 단계로 보였다. 하지만 이라키야는 바그다드에 사는 소수 고학력 시아파들을 제외하고 다수의 시아파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다. 시아파 주민들은 이라키야를 시아파의 기득권을 밀어내고 수니파 지배를 복원하려는 교묘한 술책이라고 보았다. 수니파도 시아파만큼이나 세속적이지 않다. 수니파는 단순히 자신을 소수파로 전락시키는 종파적 정체성을 줄이는 데 관심이 있다.

 시리아의 유혈 사태는 종종 이란의 전쟁으로 묘사된다. 시리아에서 다수파인 수니파를 견제하고 시리아·레바논 등 지중해 동부에서 세력을 형성하는 시아파 이란의 노력 말이다. 마찬가지로 이라크 수니파는 이라크 중앙정부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을 개탄한다. 그것은 지난 몇 세기보다 더 강력하다.

 이라크 시아파가 수니파 지도자인 사담 후세인 때보다 더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예측 가능했었다. 미국 및 다른 나라들은 이라크와 이란의 긴밀한 관계를 못마땅해 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생각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기 이전에 했어야 했다. 이라크 정부가 성공하려면 반드시 공동체 간 합의를 통해 국가를 통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알말리키 총리와 차기 총리의 책무다. 현 정세 아래에서 수니파 장관의 추가적 임명이 알카에다에 의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를 멈추게 할 것으로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그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는 영구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 중앙정부를 지원하면서 정치적으로 깊숙이 관여하고, 알말리키 총리에 대한 비판은 사적 채널로 국한할 필요가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이 알말리키에게 지속적으로 손을 내미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시리아에 대한 제네바 프로세스는 올바른 접근이다. 미국은 시리아에서의 권력 분점계획 성공이 이라크 중앙정부에 수니파를 상대로 손을 내밀게 하는 여지를 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라크나 시리아 중 한 나라에서의 정치질서 안정화는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진전을 이루게 한다.

ⓒProject Syndicate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교수·전 주한 미국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