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의 꾸준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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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조절위 제5차 부위원장회의와 남북적십자 제4차 대표자 회의를 오는 3월27일과 4월3일 각각 판문점에서 열기로 합의함으로써 다시 한번 대화의 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 같은 대화의 자리가 남북간에 날로 격화일로를 걷고 있는 긴장상태가 해소되고 회담자체에 어떤 극적 진전을 가져오리라는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이 두개의 회담은 때마침 북괴의 소위 최고인민회의 제5기 제3차 회의가 폐막한 직후 회담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앞날의 회담 전망을 어느 정도 탐색하는 기회를 주리라는 것만은 틀림없다.
왜냐하면 북괴가 계속 대남 강경 노선으로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번 저들의 소위「최고인민회의」의 3개 토의 의제 중에는 이른바 정무원(내각해당)이 제출한『한반도에서 긴장상태를 가시며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촉진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일견 평화적인「제스처」도 포함돼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북괴의 광적인 대남 도발 상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북괴 김일성이 여러 공식석 연설을 통해 공공연하게 대남 적화 통일노선을 재천명한 것을 비롯하여 휴전선 일대에 걸친 저들 군사역량의 전술적 전개완료, 소위 재무상 김경련의 보고를 통해 과시된 국방예산의 증액 등 모두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지만, 그 중에도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저들 당 조직 내에 있어서의 서열 변동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종래 남북대화추진에 직접 참여했던 인사들이 격하되고, 군부세력 등 대남 강경파의 득세가 눈에 뛸 만큼 현저하다.
이 같은 일련의 사실들은 북괴가 세계대세에도 아랑곳없이 남북대화를 일단 후퇴시켜 그들 내부의 정치적·경제적 난국을 극복하려고 하는 한편, 남한국민들에 대해서는 악랄한 선동과 허위 선부 공세를 편으로써 신경전을 벌이기로 작정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북괴내부에 있어서의 강경·수건 양파의 부침이 최근 40여일 사이에만도 이상하다는 것이다. 북괴는 지난 2월이래, 저들의 소위「인민군창설기념일」행사, 「빨치산」의 어머니라는 장질부의 국장, 김일성이 내린 농촌「테제」10주년 기념행사, 그리고 이번 북괴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기까지에 이르는 1개월반 사이에도 당열서상의 잦은 변동을 드러냈던 것인데. 이 때문에 있을지도 모를 북괴의 대남 정책기조의 변동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날카로운 주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괴가 남북대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일인 것이다.
설사 우리가 바라는 것과 같은 원만한 대화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끝내 인내와 성실을 다하여 대화의 계속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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