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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기사 부부의 집념, 19세 아들 프로 입단시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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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송상훈(左), 김남훈(右)

19일 끝난 133회 입단대회에서 김남훈(30), 송상훈(19), 오장욱(18), 김민호(19), 김명훈(17), 박창명(23), 이현준(20) 등 7명이 관문을 통과했다. 문턱이 높기로 소문난 한국의 입단대회, 그중에서도 이번 대회는 과거 어떤 대회보다도 눈물겹고 가슴 뭉클한 감동 스토리가 많았다.

 김남훈은 84년생으로 만 30세다. 그는 충암도장에서 프로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사범이다. 프로의 꿈을 거진 접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심정으로 도전했는데 주변의 예상을 뒤엎고 입단에 성공했다. 30대 입단자는 1997년 박성수(당시 36세) 이래 17년 만의 일이다. 주위의 반응을 묻자 “어머니께서는 그저 우셨다”고 말했다.

 송상훈의 아버지는 시각장애인 세계대회에서 8연속 우승한 송중택 아마 6단이다. 젊었을 때 프로의 꿈을 키워 나갔지만 22세 때 녹내장으로 양쪽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같은 시각장애인인 아내 정문순씨가 선물해 준 점자바둑판으로 바둑을 계속했고 아들 상훈을 프로기사로 키우기로 결심했다. 부부가 안마사 일을 하며 어렵게 학비를 댔다. 어려서 신동이란 소리를 들은 상훈은 한때 성적을 비관해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를 악문 노력 끝에 결국 이번에 소원을 이뤘다. 어머니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했고 상훈은 “이제 마음 무겁지 않게 바둑을 둘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입단자들은 다들 어려서 신동이었고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김명훈의 “죽어도 좋다”는 소감은 너무나 절절해 많은 화제를 불렀다. 8세 때 바둑에 입문해 연구생 생활만 6년을 거친 김명훈은 입단소감을 묻자마자 “죽어도 좋다”고 했다. 프로 입단이 얼마나 힘들면 그런 말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을까. 그러나 바둑 관계자들은 이 같은 감동적 풍경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표정은 밝지 않았다. 중국의 판팅위(17)나 미위팅(17)이 세계대회 우승컵을 차지하는 마당에 우리는 입단자들의 평균 연령이 계속 높아지고만 있기 때문이다. “영재 입단에 대한 별도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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