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헬」기 중공 영에 불시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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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모스크바20일AP합동】3명의 승무원을 태운 소련국경수비대소속「헬리콥터」l대가 지난 14일 소련국경부대의 환자 1명을 후송하기 위해 국경상공을 비행 중 악천후와 연료부족으로「알타이」의「벨레쉬」남쪽에 있는 중공 영토인 신강성 북단에 불시착했으나 중공당국은「헬리콥터」와 승무원을 송환하지 않고 있다고 소련관영「타스」통신이 20일 발표했다.
「타스」통신은 소련당국이 중공영토에 불시착한 소련「헬리콥터」로부터 긴급 무전연락을 받고 즉각 중공국경 대표부에 이를 통고하고 뒤이어 다음날인 15일「모스크바」주재 중공대사관 신권을 불러「헬리콥터」승무원의 안부를 묻고 기체와 승무원을 즉각 송환하라고 요구했으나 중공당국은 5일이 지난 20일 현재 일언반구의 회답도 보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 중공대사는 소련외무성에 소환되었을 당시 자기는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으나 본국 정부에 문의해 보겠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헬리콥터」가 불시착한 곳은「모스크바」에서 동남방으로 3천6백㎞떨어진 중공 신강성 북단인데 소련당국은 기체 및 승무원 송환요구에 대해 중공 측이 5일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자 이 사건을 공개해 버린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타스」통신발표에 의하면 이「헬리콥터」는 소련비밀경찰(KGB)의 군사조직산하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중공이 이처럼 소련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것은 중·소 관계가 극히 악화된 상태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은 중·소간의 국경충돌, 이론분쟁과 얽혀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1969년 국경충돌로 악화되기 시작한 중·소 관계는 지난 1월 중공이「스파이」혐의로 소련인 5명을 추방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이 중공외교관 1명을 추방한 사건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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