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제니친」 행동 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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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물리적인 힘에는 한도가 있다. 체력이 뻔하다는 얘기다.
체온이 10도만 떨어지면 사람은 죽는다. 더위는 체온이 5도만 올라가면 견디지 못하게 된다.
보기에 따라서는 매우 끈길긴 게 사람이다. 「간디」는 1주일씩 단식하고도 끄떡없었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사람에 따라서 견디는 힘이 다르다. 한대에서 살아오던 사람은 온대에서 살아오던 사람보다 추위를 더 잘 견디어 낸다.
같은 포로 수용소 안에서도 잘 버티어 나간 미 병사가 있고, 그렇지 못한 병사가 있었다. 그것은 반드시 체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솔제니친」은 소련에서 풀려 나와 『자유의 몸이 된 것을 알자 말할 수 없이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소련 안에 갇혀 있을 때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었는지는 그 자신밖에는 모른다. 남들은 그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같은 포로라도 신념과 꿈이 있는 병사는 수용소 생활의 고통을 잘 견디어 낸다. 「솔제니친」이 온갖 압력을 이겨낸 것도 그에게 신념이, 그리고 그 신념을 지켜 낼 용기와 의지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신에 의하면 소련의 지식인들은 「솔제니친」이 남기고 간 마지막 「에세이」를 몰래 회람하고 있다고 한다.
『거짓되게 살지 말자』는 제목이 붙은 이 「에세이」는 『존경받을 만한, 가치 있고 성실한 인간』이 되기 위한 행동 규범 6개항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절망적일 정도로 너무나도 비인간화되어 마침내 오늘날의 초라한 식량 배급에도 모든 원칙과 모든 영혼을 포기할 정도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진단 아래 그가 제시한 6개의 행동 강령은 하나 하나가 모두 지극히도 자명한 원리들이다.
『스스로의 견해로 판단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어떠한 짧은 글이라도 이를 쓰거나 서명, 혹은 인쇄하지 말 것.』
「솔제니친」 자신 이런 행동 지침을 지금까지 일관해서 지켜 왔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우리는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가 제시하는 지침 하나 하나가 새삼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주는 것이다.
「솔제니친」은 암흑 같은 상황 속에서도 대작들을 써낼 수 있었다. 그는 연금되어 있으면서도 성명서를 낼 수 있었고, 서방에 호소문을 보낼 수 있었다. 그의 아내도 곧 남편을 따라 「모스크바」를 떠날 수 있으리라고 한다.
이런 것으로 미루어, 혹은 「솔제니친」이 살고 있던 상황이 생각보다는 덜 가혹했을지도 모른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솔제니친」의 동지들이 「시베리아」에서 죽고, 또 아직도 갇혀 있는 것이다. 얼마나 큰 용기와 힘을 「솔제니친」이 요구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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