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된「솔제니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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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연방최고합본간부회 명령에 의해 「알렉산드르·이사예비치·솔제니친」은…소련 시민권이 박탈되고 소련 영외로 추방되었다. 「솔제니친」가족은 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 즉시 그와 동반할 수 있다.
이런 국외 추방령과 함께 「솔제니친」은 현재 운행 된지 3일만에 서독으로 망명하게 되었다. 충격적이면서도 아리송한 데가 있다.
우선 소련정부가 왜 그를 망명시켰느냐는 의문이 있다. 죽이고 싶은 만큼 미웠을 것이다. 그와 같은 저항작가들은 지금도 수 없이「시베리아」에 유형 되어 있거나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것이다.
『누구든 힘으로 소련인민을 위협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영원히 사라졌다….』 이렇게 「프라우다」지는 말했다. 아마 이런 선전을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최근에 우리 나라에도 소개된 『수용소군도』는 26만 어나 되는 거작이다. 그 중에서 아직 2부밖에는 발표되지 않았다.
「솔제니친」은 자기가 체포되었을 때 나머지 5부까지도 발표해달라고 일러둔 바 있었다.
그렇다면 소련정부는 그 미 공개 원고가 발표되기를 두려워해서였을까. 그러나 그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소련정부는 오래 전부터 「솔제니친」이 제 발로 국외로 걸어나가기를 바랐었다. 그것은「파스테르나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파스테르나크」와 「솔제니친」의 자세는 달랐다.
「파스테르나크」는 정부에 탄원을 거듭한 끝에 추방을 면했다.
국외추방을 옛 희랍에서는「오스트라시즘」이라 했다. 가장 인기가 있는 사람을 투표에 의해 10년 간 국외로 추방시키는 제도였다. 어떤 사람에게 너무 인기가 많으면 그만큼 권력을 독점할 위험이 있다고 봤던 것이다.
서구에서는 요새도 국외추방을 지극히 가혹한 형벌로 보고 있다. 그래서 국외 추방령을 부정하려는 법학자도 많다. 우리의 감각과는 좀 다르다.
「솔제니친」끝까지 탄원하지도 않은 채 버티어왔다. 『따뜻한 사람이 어떻게 추위에 떠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단 말이냐?』 이렇게 그의 작품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의 주인공은 말한다.
「솔제니친」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속박 속에서 시름하는 동포를 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소련정부가 그를 추방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곧 단순한 망명객이 되고 나면「솔제니친」의 호소력도 약해지고 세계의 관심도 적어질 것이라는 계산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제 「솔제니친」은 국적 없는 망명자가 되었다. 그러나 「타임」지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솔제니친」이 나라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소련이 사람이 없는 나라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써 나갈 것이다.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그런 글을 그는 써 나갈 것이며, 또 다른「솔제니친」이 그의 뒤를 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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