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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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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어로는 서민을「코먼즈」. (commons)라고 한다. 『보통』『일반』이라는 뜻을 가진 「코머」에서 비돗된 말이다.
영국이나 「캐나다」에선 하원의원을「코먼즈」라고도 한다. 「시민의 대표」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구미인들은 이「코머」이라는 말을 아주 즐겨 사용한다. 「코먼로」(관습법) 「코민센스」 (상식), 「코먼 쿨드」(유행성 감기) 등.
한자에서「서」자는 『옥하에 빛(등)이 있다』는 뜻이다. 등잔불이 밝혀진 주막은 말하자면 서민의 애환이 교차되는 곳이다. 필경 그런 정경을 염두에 두고「서」자가 생겨난 것 같다. 「서민」과「제민」이 똑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을 보면 동양사회의 바탕을 짐작할 수 있다. 『서민안 고재용족』-.
『예기』대전편에 나오는 말이다. 서민이 안정되면, 나라의 재정도 풍족해진다는 뜻. 『예기』는 중국 철학의 고례를 기록한 오경의 하나이다.
요즘 몇년동안 미국에선 「그라스루트」(grassrool)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닉슨」에 대항했던「맥거버」대통령 후보가 자주 사용한 말이다. 『풀뿌리』라는 뜻. 이 말은 미국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서민을 지칭한 것이었다. 「맥거버」은 미국의 부유층에게 중과세를 매겨 「그라스루트」에게 그것을 나누어 주겠다는 선거공약을 내걸었었다. 「그라스루트」들이 환호한 것은 물론이다.
미국 사회학자「W·L·워너」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서민은 96%쯤 된다. 이른바「중의하층」이하를 서민으로 볼 경우이다. 그러나 건실한 근로자들이「하의 상층」에 속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그라스루트」는 60%쯤 된다.
미국의 사회가 안정된 것은 이들 중견층 혹은 소시민들의 생활안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따라서 이들 사회에선 「인플레이션」이 3%선만 넘으면 술렁거린다. 그리고 집권당은 불안해한다. 「그라스루트」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속에서도 선정의 예는 많다. 심한 흉년이 든 해에는 모든 조세를 면제해 줌으로써 백성의 생활안정을 꾀한 것이다. 이조「문학」의 대표적 작품인「홍길동전」은 의적을 그린 소설이다. 활빈당이란 의적때들이 호의호식하는 양반의 재물을 빼앗아 빈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엔 봉급생활을 하는 등 노고가 전국적으로 약4백85만명으로 집계되어있다. 이중에「5만원이하」의 봉급을 받는 자는 89.2%나 된다. 5만원이상 10만원이하의 근로자는 7%를 조금 넘는다. 이번 대통령긴급 경제조치의 혜택을 받는 봉급생활자는 무려 97%를 기록한다.
새삼 이들 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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