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 내무 행정의 지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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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홍 내무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전시위주 겉치레 지방사업의 지양과 학원 및 교회 시찰의 금지방침을 밝혔다.
겉치레 위주의 지방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재 날로 심각해 가고 있는 지방재정의 궁핍 상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오히려 당연한 일이요, 앞으로의 내무행정이 모두 이 기본 방침에 따라 내실위주로 조정되기를 기대한다. 또 한가지 앞으로는 학원이나 교회의 시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치안책임자로서 말하기 어려운 것을 말했다고 본다.
내실위주의 지방행정을 펴 나가기 위해 그가 제시한 기채 사업의 불허, 우선 순위별 중점사업선정, 주민 위주의 봉사행정 다짐 등은, 적절한 착안이라 하겠으나, 그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체공무원들의 집무자세부터 바로 잡혀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이 우선 그 상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허위숫자를 조작, 「차트」작성에나 열을 올리거나, 주민들의 자발성을 무시하고 그들의 실질적 소득증대와 아무 관계도 없는 획일적 새마을 사업을 벌이게 하던 타성 등은 일소되어야 한다.
그밖에도 그 동안의 내무행정에 대하여서는 적지 않은 말썽이 있었던 것은 시인하고 그 과감한 시정을 단행해야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경찰행정에 대한 불만이었는데 특히 수사와 교통 허가 등 문제를 둘러싼 잡음은 시민의 경찰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원천이었다.
경찰 수사비가 모자라 시민들로부터 범죄신고를 받고는 직접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없지 않았는가 하면, 또 강력범 수사나 정치적 색채가 농후한 사건의 수사는 으례 오리무중에 빠진다는 세평을 샀던 것을 반성하여 앞으로는 수사 경찰 운영 면에서의 일대혁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치안정책이 사찰위주·경비위주에서 탈피하여 방범위주로 자세를 전환하는 것이 긴요할 것이다.
경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방범과 치안확보에 있는 것이라면 예산과 장비 및 인원 배치 면에서 이 방침에 따른 근본적인 일대 개혁이 수반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정된 경찰 수사력을 학원사찰이나 교회사찰에 몰려 그 정력을 여기에 소모한다면 경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그 결과는 한 걸음 더 나가 학원과 교회를 분열시키고 사회 각 계층간에 상호부신의 풍토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또 일부인이 타인을 모략중상하기 위하여 허위정보를 제공하면 그것이 곧 경찰정보로 각 부처에 배부되는 사례도 그 동안에는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부정과 부패 모략·중상에 연관되어 있는 경찰관은 이를 과감히 도태하여야 할 것이요, 신상 필벌주의로 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내무행정은 지나친 중앙집권주의를 완화하고 지방분권적으로 운영하여야 할 것이며, 대도시민 뿐만 아니라, 농어촌 주민들의 의사와 이념을 옹호하는 면에도 세심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가 특히 공무원의 대민 봉사 자세확립을 강조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홍 내무의 내정개혁을 위한 공약이 힘차게 집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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