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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이 술집에 방화…11명 소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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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산】4일 하오8시45분쯤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254「주촌」주점(주인 권오상·38)에서 불이나 술을 마시고 있던 남녀주객 20여명과 종업원 11명 등 31명중 11명이(여자 6명) 숨지고 10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불은 술을 마시러간 이정환씨(29·정풍산업 중기 정비공)가 종업원 윤복순양(23)을 꾀어내려다 불응하자 술집 입구에 세워놓은 장식용 짚더미에 성냥불을 던져 불길이 주점내부의 천장에 옮겨 붙어 일어났다. 이 주점은 20세 전후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주로 법주와 막걸리를 팔아오며 향토색을 살려 인기를 끌기 위해 나무껍질과 짚·갈대 등 불붙기 쉬운 재료로 내부를 장식, 불길이 순식간에 번졌다. 불이 나자 불길보다 독한 연기가 심하게나 대부분의 사망자들은 하나뿐인 높이 1.6m, 너비 60㎝의 비좁은 입구를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자욱한 연기 속을 헤매다 질식사했다.
불은 15평짜리 주점 내부를 모두 태우고 긴급 출동한 소방차에 의해 약7분만에 꺼졌다 .경찰은 피해액을 35만원으로 보고 성냥불을 던진 이씨를 방화혐의로 긴급 구속했다.
종업원 박영희양(19)에 따르면 출입구 쪽에 불이 일어나자 술을 마시고 있던 주객들이 한꺼번에「홀」쪽으로 몰리면서「홀」가운데 설치된 석유난로가 뒤집혀 나무탁자에 인화, 방안도 순식간에 불길에 싸였고 독한 연기가「홀」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천장 높이 2.1m에 창문이 하나도 없는 술집 내부가 불길에 싸이자 내부구조에 익숙한 종업원들만 겨우 밖으로 빠져 나왔고 손님들은 밀실 속을 헤매다 출구를 찾지 못해 거의 질식사했다. 주점 맞은편 가나다 약국 주인 이남철씨(36)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원들이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대부분 도중에서 숨졌다. 주방종업원 유차주군(21)은 주방안 물「드럼」통에 빠진 채 숨진 것이 발견됐다.
이 술집은 상가 한가운데 위치한 4층「콘크리트」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주위가「콘크리트」로 차단돼 불길은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았다.
경찰은 짧은 시간에 비해 희생자가 많은 것은 ①내부장식이 바짝 마른 갈대 등으로 돼있었고 ②짚과 나무껍질이 연기를 많이 냈으며 ③「카운터」가 있는 입구와 통로가 좁은데다 2인용「벤치」와「테이블」이 장애물이 되어 탈출이 어려웠던 것으로 지적했다. 희생자는 다음과 같다.
◇사망자 ▲권상식(43·부산진구 범전동1의845) ▲서득수(21·동구 범일동162)▲안봉득(25·여·부산진구 감만동495) ▲김광산(32·동래구 민악동471의1) ▲김치숙(21·여·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조숙자(19·여·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813) 이미영(21·여) ▲유차균(22·주방장) ▲이광자(25·여·부산진구 감만동495) ▲22세 가량의 여자 2명
◇중경상자 ▲이기용(49·여) ▲이성길(19) ▲박옥순(19·여)=한독병원 ▲김상기(18) ▲장성대(21) ▲김수길(18) ▲오순희(21·여) ▲신원미상 여자 1명과 남자 2명=시립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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