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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 어떤 책을 읽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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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린 시절에 읽는 책처럼 깊은 추억을 남기는 것도 드물다. 겨울방학으로 매일 매일의 학교공부에서 벗어난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학공부는「책읽기」이다. 이번 겨울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줄 책들을 여러분으로부터 추천 받아 본다.

<박태진(시인)>
우선 나는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좋은 그림이 들어있는 책을 어린이에게 읽히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림과 함께 읽은 이야기의 영상이 더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게되기 때문이다.
요즘은「텔리비젼」의 아침방송이 없어진데다가 전집으로 된 어린이 책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에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본다. 방학동안만이라도 오전 10시∼12시 등으로 책 읽는 시간을 따로 정해 규칙적인 독서습관을 들여주도록 해본다.
책은 많이 읽힐수록 좋고, 만화도 순리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조그마한 꿈이라도 길러줄 수 있는 것이라면 읽힐수록 좋다고 본다. 그러나 괴물을 등장시켜 엽기적이고 허무 맹랑한 얘기를 엮은 만화라면 피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순수한 추리력을 길러주지 못하면서 불필요한 모험을 얘기해 주는 것은 잘못이다.
많은 소년잡지들이 이런 허무맹랑한 만화를 부록으로 내고있는데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고 본다.

<신지식(동화작가)>
춘향전·홍길동전·심청전 등 우리나라의 옛날얘기들을 엮은『「칼라」판 어린이 한국명작』『한국전래동화』를 권하고 싶다. 지금의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 할머니나 어머니로부터 으레 이런 얘기들을 들으며 자랐었다. 그러나「텔리비젼」과 만화의 시대에 사는 요즘 어린이들은 우리 고유의 옛날얘기에 접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외국 책들로는『별의 왕자님』(셍텍쥐페리 작) ,『보리와 임금님』(에리나·파존 작),『「안데르센」동화집』,『「이솝」이야기』등을 꼭 읽히도록 권하고 싶다.

<강은교(시인)>
『「이솝」이야기』『「걸리버」여행기』『「톰·소여」의 모험』『「플루타크」영웅전』, 동·서양 영웅들의 전기, 마해송씨의『모래알 고금』등을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들은 내가 어렸을 때 읽던 책들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들이다.
「이솝」이야기 같은 것은 나이 먹은 후에도 틈틈이 읽으며 어렸을 때 발견 못했던 더 깊은 재미를 계속 찾아내고 있다.『「플루타크」영웅전』은 어린이들에게 인간을 보는 눈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책이라고 본다.

<성내운(연세대교·교육학)>
어떤 특정한 책을 지적하기보다는 책을 고르는 방법과 방향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누구보다도 학생에게 필요한 책은 담임선생이 가장 잘 안다. 어떤 면을 보충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책을 읽혀야 할지를 먼저 담임선생과 상의해야한다.
책을 고를 때는 반드시 학생을 서점에 같이 데리고 가는 것이 좋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그 과정이 바로 학생의 독서의욕을 유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부모·형이나 누나가 반드시 데리고 가서 사는데 어른들이 생각하는 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책 고르는 법도 배우게 된다.
국민학생의 경우 성적이 나쁘다고, 또는 어떤 과목이 뒤졌다고 당장 성적을 올리기 위한 책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꿈을 길러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며, 성적과 결부시키더라도 직접 관련이 없는 듯이 보이는 것으로 권해야한다.

<남덕자(이대부국 교사)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그림이 많이 들어있는 세계명작전집과『「안데르센」동화집』『「이솝」이야기』만화풀이로 된 자연과학 책 등을 권하고 싶다.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읽힐 책을 살 때는 책의 내용보다도 그림과 장정이 아이들의 구미를 끌 수 있도록 예쁜가를 살펴보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저학년어린이들은 우선 시각적으로 책에 흥미를 느껴야만 책을 읽으려 드는 것 같다.
고학년 어린이들에게는『소년소녀 세계 명작전집』국내·외의 위인전,『이야기 한국사』『우주과학 모험전집』등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학년보다도 아이들의 개인특성을 살펴보고 책을 선택해줘야 한다. 어린이에 따라서는 저학년에서 벌써 고학년에 맞는 책들을 읽으려고 드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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