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읽는 책처럼 깊은 추억을 남기는 것도 드물다. 겨울방학으로 매일 매일의 학교공부에서 벗어난 어린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학공부는「책읽기」이다. 이번 겨울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줄 책들을 여러분으로부터 추천 받아 본다.
<박태진(시인)>
우선 나는 같은 내용의 책이라도 좋은 그림이 들어있는 책을 어린이에게 읽히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림과 함께 읽은 이야기의 영상이 더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게되기 때문이다.
요즘은「텔리비젼」의 아침방송이 없어진데다가 전집으로 된 어린이 책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에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본다. 방학동안만이라도 오전 10시∼12시 등으로 책 읽는 시간을 따로 정해 규칙적인 독서습관을 들여주도록 해본다.
책은 많이 읽힐수록 좋고, 만화도 순리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조그마한 꿈이라도 길러줄 수 있는 것이라면 읽힐수록 좋다고 본다. 그러나 괴물을 등장시켜 엽기적이고 허무 맹랑한 얘기를 엮은 만화라면 피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순수한 추리력을 길러주지 못하면서 불필요한 모험을 얘기해 주는 것은 잘못이다.
많은 소년잡지들이 이런 허무맹랑한 만화를 부록으로 내고있는데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고 본다.박태진(시인)>
<신지식(동화작가)>
춘향전·홍길동전·심청전 등 우리나라의 옛날얘기들을 엮은『「칼라」판 어린이 한국명작』『한국전래동화』를 권하고 싶다. 지금의 어른들은 어린 시절에 할머니나 어머니로부터 으레 이런 얘기들을 들으며 자랐었다. 그러나「텔리비젼」과 만화의 시대에 사는 요즘 어린이들은 우리 고유의 옛날얘기에 접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외국 책들로는『별의 왕자님』(셍텍쥐페리 작) ,『보리와 임금님』(에리나·파존 작),『「안데르센」동화집』,『「이솝」이야기』등을 꼭 읽히도록 권하고 싶다.신지식(동화작가)>
<강은교(시인)>
『「이솝」이야기』『「걸리버」여행기』『「톰·소여」의 모험』『「플루타크」영웅전』, 동·서양 영웅들의 전기, 마해송씨의『모래알 고금』등을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들은 내가 어렸을 때 읽던 책들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들이다.
「이솝」이야기 같은 것은 나이 먹은 후에도 틈틈이 읽으며 어렸을 때 발견 못했던 더 깊은 재미를 계속 찾아내고 있다.『「플루타크」영웅전』은 어린이들에게 인간을 보는 눈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책이라고 본다.강은교(시인)>
<성내운(연세대교·교육학)>
어떤 특정한 책을 지적하기보다는 책을 고르는 방법과 방향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누구보다도 학생에게 필요한 책은 담임선생이 가장 잘 안다. 어떤 면을 보충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책을 읽혀야 할지를 먼저 담임선생과 상의해야한다.
책을 고를 때는 반드시 학생을 서점에 같이 데리고 가는 것이 좋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그 과정이 바로 학생의 독서의욕을 유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부모·형이나 누나가 반드시 데리고 가서 사는데 어른들이 생각하는 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책 고르는 법도 배우게 된다.
국민학생의 경우 성적이 나쁘다고, 또는 어떤 과목이 뒤졌다고 당장 성적을 올리기 위한 책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꿈을 길러줄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며, 성적과 결부시키더라도 직접 관련이 없는 듯이 보이는 것으로 권해야한다.성내운(연세대교·교육학)>
<남덕자(이대부국 교사)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그림이 많이 들어있는 세계명작전집과『「안데르센」동화집』『「이솝」이야기』만화풀이로 된 자연과학 책 등을 권하고 싶다.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읽힐 책을 살 때는 책의 내용보다도 그림과 장정이 아이들의 구미를 끌 수 있도록 예쁜가를 살펴보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저학년어린이들은 우선 시각적으로 책에 흥미를 느껴야만 책을 읽으려 드는 것 같다.
고학년 어린이들에게는『소년소녀 세계 명작전집』국내·외의 위인전,『이야기 한국사』『우주과학 모험전집』등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학년보다도 아이들의 개인특성을 살펴보고 책을 선택해줘야 한다. 어린이에 따라서는 저학년에서 벌써 고학년에 맞는 책들을 읽으려고 드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