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통합전산망 이번엔 성공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영화계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인 입장권 통합전산망 구축이 올 상반기에 이뤄질 것인가. 그래서 공식 박스 오피스 통계조차 내놓치 못하고 있는 충무로의 부끄러운 현실에 마침표가 찍힐 것인가. 통합전산망에 대한 영화인들의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사실 극장 통합전산망 사업은 6년 전 시작됐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입장권 예매 창구를 단일화해 관객 통계를 명확히 하고 극장들의 합리적 경영도 유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고,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들의 자체 전산망 확보가 진전되면서 사업의 줄기가 변경됐다. 이미 구축된 각 극장의 전산망을 통합해 영화 산업에 필수적인 데이터를 취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영진위는 일단 오는 6월을 완성 시한으로 잡고 있다. 전국 극장의 전산발매 시스템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각 영화의 흥행 실적을 실시간으로 포착, 발표할 계획이다. 단순 관객 집계 차원을 넘어 상영 일시.구매 일시.입장권 가격 등 각종 정보를 정리,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파악해 영화사의 기획.마케팅 등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영진위는 지난해 6월 영화진흥법 시행규칙을 개정, 통합전산망 사업 주체를 영진위로 명시하는 등 적극적인 태세다. 영진위에 통합 서버를 설치하고 개별 극장의 정보를 한데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사업자도 곧 선정한다. 20여억원의 돈이 드는 간단치 않은 사업이다.

하지만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대 파트너인 극장 측과의 조율이 원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극장협회 이영하 전무는 "영진위가 지나치게 상세한 정보를 요구해 영업상 기밀도 누출될 수 있다. 원론에는 찬성하나 현재로선 선뜻 참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영진위가 향후 일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뿐 극장 측의 입장은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영진위의 준비도 미진해 보인다. 국내진흥부 이춘성 팀장은 "하드웨어 구축,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선정 등 챙길 게 많아 현재로선 6월 가동이 힘겨울 것 같다"고 인정했다. 1개월 정도 늦춰질 수 있다는 것. 그는 "전국 1천여개 스크린 중 70% 이상이 자체 시스템을 갖춰 이를 연결하면 된다"며 "영화 산업의 기초를 다지는 이 사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