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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쟁 무의미 … 2025년 해외서 40% 벌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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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이 ‘2025년 글로벌 40위, 아시아 5위’란 목표를 밝혔다. 해외 진출과 비은행 부문 확대, 이 두 가지를 핵심 동력으로 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뢰받고 앞서가는 글로벌금융그룹’이란 새로운 중장기 비전을 공개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해 은행 덩치를 키운 게 2012년. 그간 조직 결합을 위해 숨 고르기를 했다면, 이젠 확대된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 도약을 준비한다.

 지난해 ‘더 뱅커’지가 공개한 하나금융의 글로벌 순위는 2012년 세전이익 기준으로 93위. 규모가 워낙 커서 경쟁상대로 볼 수 없는 중국계 금융그룹 15곳을 제외해도 78위에 그친다. 이번에 새로 내건 ‘글로벌 40위, 아시아 5위(중국계 제외)’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해외시장에서 거두는 이익을 지금(2012년 2370억원)의 9배로 키워내야 한다. 해외 이익비중을 15%에서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만만찮은 목표지만 김정태 회장은 “이제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현재 하나금융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는 24개국 127개 점포로 국내 금융사 중에선 가장 많다. 김 회장은 활발한 해외 진출을 통해 해외 점포 수를 300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첫 타깃은 동남아 시장이다. 이미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다음 달 현지에서 통합법인 ‘KEB하나은행’을 출범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선 현지 캐피털 회사 인수합병(M&A)이 진행되고 있고, 그 다음은 베트남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은행 영업 중인 중국과 미주에서도 영역을 넓힌다. “중국은 캐피털이나 보험 쪽에 합작사로 진출하고, 캐나다외환은행은 화교와 현지인으로 고객을 확대해 5년 내 이익 규모를 10배로 키울 것”이란 계획이다. 아직은 지켜보는 단계지만 러시아와 동유럽의 자동차금융, 중동의 이슬람채권(수쿠크)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선 비은행권 키우기에 무게를 둔다. 현재 하나금융은 은행과 비은행(보험·증권·자산운용·카드·캐피털)의 이익 비중이 9대 1 정도다. 2025년엔 이를 7대 3 정도 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비은행권 중에서도 보험의 규모와 역량을 키우고 증권의 투자은행(IB) 쪽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국내 보험사나 증권사 M&A에 뛰어들겠다는 뜻은 아니다. 외환은행 인수로 당분간은 투자여력이 없어서다. 그는 “3년 안으로 다시 여력이 생길 거고, 그땐 보험이나 IB 쪽을 보강하겠다”고 덧붙였다.

 은행은 ‘전자금융’의 선두주자를 목표로 한다. 은행 간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는 2015년 이후 고객을 끌어 모으려면 스마트금융에 기회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하나SK카드를 통해 쌓은 모바일카드 역량을 ‘전자지갑’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 회장은 “앞으로 전자금융 시대로 개념이 바뀐다. 휴대전화가 곧 은행 지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에선 오는 3월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 임기가 동시에 끝난다. 두 행장이 다시 1년 연임을 할지가 금융권의 관심거리다. 김 회장은 “은행장 인사는 2월 말 경영발전보상위원회가 하지만 나로선 두 분과 다 친하고, 연임하는 게 편하다”며 이들의 연임에 무게를 실었다. 김 회장은 경발위의 5명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한다.

한애란 기자

◆하나금융그룹

1971년 한국투자금융에서 출발해 91년 하나은행으로 전환한 뒤, 2005년 하나금융지주를 설립하며 금융그룹 체계를 갖췄다.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자산 기준(9월 말)으로 국내 금융그룹 4위(296조5000억원)에 해당한다. 그룹 임직원 수는 2만4000명으로 하나은행이 44%, 외환은행 38%, 비은행 계열사가 18%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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