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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 다마스커스 표정-등화관제 암흑 속에 번득이는 자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골란」고원전선을 현지 취재하던 주섭일 특파원은 「시나이」전선 쪽의 전황이 급박해졌으므로 부득이 「다마스커스」시 방문을 뒤로 미루고 「카이로」로 뛰었다. 주 특파원은 「시리아」수도 「다마스커스」를 직접 살피지는 못했으나 그곳에서 피난 나온 관광객·외교관·「저널리스트」들로부터 자세한 근황을 들었다. 다음은 주 특파원이 종합한 전쟁 아래의 「시리아」수도 「다마스커스」의 모습이다.
현재 「다마스커스」에 몰려든 외국 기자들의 숫자는 2백여명. 「호텔」마다 진을 치고 분주하게 설치는 모습이 전쟁을 방불케했다. 하지만 등화관제가 워낙 심해서 밤에는 「커튼」을 친 다음 촛불 밑에서 기사를 쓴다.
자동차들도 등화관제를 한다. 「헤들라이트」에 푸른 물감을 칠해서 불빛을 어렴풋하게 만든 것이다.

<촛불 밑서 기사 쓰고>
이것은 정부나 군에서 시켜서가 아니라 차주와 운전사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종의 자위조치.
게다가 이마저도 켜는 차가 없어서 2천5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유서 깊은 관광고도는 하루아침에 암흑도시로 변했다.
「이스라엘」기가 야습하면 도시는 갑자기 정적과 암흑에 잠긴다. 이윽고 암흑의 도시상공에 「팬텀」의 「제트」기 음이 터지면 내리쏟는 폭탄과 치솟는 「샘-3」「샘-6」의 섬광이 「아름다운 선의 향연」을 이룬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스라엘」기의 공습은 무척 줄어들었다.
소련이 「안토노프」라는 대형수송기로 「샘·미사일」을 계속 보내주어 「시리아」는「이스라엘」기가 보였다하면 마구 쏘아대기 때문이다.
그래서 6일 전쟁 때의 「이스라엘」의 제공권 신화는 이제 한물간 얘기인 것 갈다.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에서의 지상전투에 전력투구, 「다마스커스」를 향해 기를 쓰고 진격했던 것도 이런 사실과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마스커스」시민들은 「이스라엘」군과 「시리아」군이 이곳에서 시가전을 벌일 것이라고 믿었었다.

<이 제공권 신화 깨져>
「베이루트」의 「자파」지도 『「다마스커스」는 중동 전「스탈린그라드」가 될 것인가』라는 표제를 달고 시가전의 가능성을 분석했었다.

<「샘」에 쫓기는 이 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스라엘」기가 「샘」에 쫓겨 좀체로 나타나지 않듯이 지상전투도 「골란」고원 쪽으로 밀려나간 것이다.
시민들의 사기는 매우 드높다. 「팬텀」기가 자기들이 쏜 「미사일」에 명중되어 곤두박질치는 것을 몇 차례보고 나더니 기고만장의 티마저 없지 않다.

<민병대가 거리 순찰>
거리를 순찰하는 민병대의 별명은 「조용한 사냥꾼」. 격추된 「이스라엘」기 조종사들을 이들이 잡아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어느 전쟁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이곳에도 많은 전쟁 영웅들이 생산되고 있다.

<시민들 사기 드높아>
치명상을 입은 「모로코」병사가 「원수를 죽이기 위해 병원 행을 거부한」 이야기, 혼자서 수십 명의 「이스라엘」군을 생포한 역발산의 「아랍」청년 이야기 등이 거의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마스커스」의 겉모습은 조용하다. 그리고 현란한 야경도 사라졌다.
6일 전쟁 때도 똑같은 겉모습이었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정적과 암흑 속에서 움직이는 시민들이 예전처럼 전전긍긍하는 대신 자신감에 넘쳐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베이루트=주섭일특파원 연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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