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의 힘 … 창이공항 면세사업권 따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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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사장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이 ‘글로벌 톱3 면세점’이란 퍼즐 작품의 한 부분을 완성했다.

 호텔신라는 8일 “세계 3대 공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전체의 화장품·향수 매장 운영권을 공개 입찰을 통해 따냈다”고 발표했다.

 올 10월부터 2020년 9월까지 6년간 창이공항 1∼3터미널의 20여 개 매장(약 6600㎡)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2012년에만 총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매장들이다. 내년 예상 매출액은 6000억원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낙찰받은 면세점 사업권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호텔신라 면세점의 전체 매출이 국내외를 합쳐 2조원가량이었는데, 내년 한 해에만 싱가포르에서 60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호텔신라는 “2017년 제4터미널이 완공되면 운영 매장이 더 많아져 6년간 예상 매출은 4조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은 면세점의 해외시장 진출을 호텔신라의 핵심 사업으로 삼고 공격적으로 추진해왔다. 호텔은 단기간에 해외 진출이 힘들고, 매출을 크게 늘리기도 어렵지만 면세점 사업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 면세 시장이 미주(18%)와 중동(14%)을 제치고 매년 25% 이상 급성장하는 점도 고려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대기업 면세사업자에 대해 법적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이다. 해외 진출이 성장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도 “면세유통사업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명문 서비스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사장은 이번 입찰에서도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디테일을 챙겼다. 삼성의 정보기술(IT)·모바일 기술력을 활용한 면세점 운영 방안 역시 직접 지시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철저히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창이국제공항 이용 고객들의 니즈를 면밀히 파악해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도 큰 공을 들였다. 2010년 인천공항 이용객의 구체적인 니즈를 철저히 분석해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루이뷔통의 인천공항점 입점을 설득해 낸 경험이 작용했다고 한다. 한류를 활용해 한국 중소·중견 화장품의 입점을 적극 제안한 것도 입찰 성공의 주요 요인이었다고 호텔신라 측은 전했다. 창이공항그룹(CAG)도 신라면세점을 사업권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매우 혁신적인 유통 컨셉트와 강력한 사업계획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신라면세점이 사업을 따낸 해외 면세점 매장이 모두 가동되면 해외 매출이 신라면세점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신라 측은 보고 있다. 또한 이번 입찰 성공으로 추가 입찰이 이어지면, 현재 글로벌 7위에서 글로벌 3대 면세점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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