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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경상도편|김정선 여사 <작가 오영수씨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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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남 울주군 언양이 고향인 작가 오영수씨 댁은 부산 동래 출신의 부인 김정선 여사와 함께 언제나 「순수한 경상도 음식」을 즐긴다. 그러나 서울에선 본고장 재료의 맛을 내기가 무척 어렵다고 부인은 아쉬워한다.
오영수씨는 『무엇보다 경상도 음식의 으뜸은 추어탕과 미나리의 싱긋한 향내』라고 꼽는 다.
가을철 경상도 가정에서 즐기는 대표적 음식 몇 가지를 김 여사에게 들어본다.

<추어탕>
지금부터 한창 제맛이 나는 경상도 추어탕은 특히 야채를 많이 넣고 막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특색이다.
자료는 미꾸라지와 솎은 배추 데친 것·부추·고비나물·싸리버섯·토란줄기 데친 것·숙주나물·파·방아 잎 등이다. 방아 잎은 향내 나는 채소로 특히 민물 생선을 다룰 때는 꼭 넣어 쓴다.
미꾸라지 (한 대접이면 7인분 꼴)에 소금을 뿌리면 미꾸라지의 진이 빠지게 된다. 이때 센 호박잎으로 문지르면 훨씬 말끔하게 씻어진다.
이것을 물을 조금 붓고 푹 삶아내서 뼈를 체에 받아내고 순수한 고기국물로 다시 국을 끓인다. 국을 끓일 때 위의 채소들을 넣고 풋고추 (붉은 것·푸른 것)와 마늘 다진 것을 넣은 데 막장으로 간을 맞춘다. 부추와 파·버섯은 다 끓었을 무렵에 넣은 것이 좋다.
추어탕을 장에 낼 때는 따로 양념 (마늘·고추 다진 것)을 곁들이는데 무엇보다 추어탕의 양념으로 는 산초가루가 꼭 들어가야 한다. 부산 동래 지방에선 추어탕에 쇠고기를 조금 넣어 비린내를 가시게 한다.

<우렁회>
우렁 (논고동)은 벼를 베고 난 무렵 많이 나온다. 이것을 삶아 알맹이를 빼놓고 햇무우 채 썬 것과 햇 가을 미나리·실파와 함께 섞고 진한 초고추장으로 무친다. 맛이 아주 구수하면서도 향기가 있고 신선하다.
특히 가을 미나리는 키가 작고 향기가 좋으며 고소하다. 초고추장은 생강·마늘·식초·설탕을 고추장에 넣고 약간 진하게 만든다.

<게장>
가을철에 집집마다 내년 여름 반찬으로 마련해 두는 음식이다. 벼를 벨 무렵 논에서 나는 암게가 알과 장이 많아 가장 맛이 좋다.
큰그릇에 물을 붓고 살아있는 참게 (논과 개울에서 나는 것)를 넣고 하루를 지내면 게 속의 불순물이 다 나오게 된다.
이것을 수세미로 깨끗이 흙 같은 것을 닦아낸 다음 건져내어 물기를 빼고 항아리에 넣은 다. 소고기 내장을 (게 20마리면 3백g 정도) 썰어서 항아리 속에 넣고 하룻밤을 지내면 제가 이것을 다 먹는다. 여기에 조선진간장을 끓어서 식힌 다음 붓는데 게 20마리면 간장1되 정도가 알맞다. 뚜껑을 덮고 3, 4일이 지난 다음 간장 물을 따라 내어 솥에 다시 끓이고 이것이 뜨거울 때 게 위에 붓고 항아리를 봉한다. 적어도 반년 동안 두어야하는데 그늘진 곳에 봉한 항아리를 놓도록 한다. 다른 양념은 전혀 넣지 않으나 생강을 조금 다져 넣기도 한다.

<찜>
야채와 고동 등을 섞어 밀가루에 빽빽하게 끓이는 찜은 사철 만들어 먹는 반찬이다.
재료는 우렁·홍합·쇠고기·파·부추·콩나물·고비·방아 잎 등인데 콩나물은 아래위를 잘라내고 쓴다. 쇠고기는 따로 양념에 볶아놓고 마른 멸치국물을 조금 만든다.
이 멸치국물에는 쇠고기를 실처럼 썰어 조금 넣으면 맛이 좋다.
멸치국물에 채소들을 길쭉길쭉하게 썰어 넣고 우렁은 통째로, 그리고 홍합은 잘게 썰어 섞는다.
그 위에 밀가루로 전체를 걸쭉하게 개는데 막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추가루와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다. 위에 실고추를 뿌린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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