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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세상읽기

올해 동북아에 벌어질 수 있는 여섯 가지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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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러스트=강일구]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미국 야구계의 전설인 요기 베라는 익살스러운 말로 유명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예견이란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 미래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렵다”라는 말이다. 이런 경고를 무릅쓰고라도 2014년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외교에 관련된 여섯 가지의 질문, 또는 예언급 전망을 해본다.

 1. 김정은은 역풍을 맞을 것인가.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 관련 인맥을 숙청한 것은 이 북한 지도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의미할 수 있다. 어떤 분석가는 장성택의 공개 제거는 중국과 외부 세계가 더욱 김정은을 이해하기 힘들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다른 이론은 이번 숙청을 누가 북한의 불법 사업 제국을 관장하느냐를 둘러싼 불화와 연결한다. 어떤 것이든 이번 사건은 김정은이 힘이 있다기보다 약점 투성이임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생각이 든다. 김정은은 자신에 대한 위협을 엄청나게 증대시켰다. 역풍의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앞으로 점차 커질 것이고 잠재적으로 아주 커질 것이다.

  2. 북한은 새로운 도발을 할 것인가.

 북한이 지난 10년간 되풀이해 온 도발 확대의 패턴을 감안하면 이는 그리 어려운 예상도 아니다. 장성택의 처형이 내외의 적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또한 장성택이 김정은을 온건하게 다독일 수 있는 베이징의 유일한 희망이었다면, 이제 평양의 젊고 더욱 강경파인 지도자가 긴장을 고조시키려고 보다 쉽게 도발을 결심할 수도 있게 됐다. 봄이 오면 북방한계선(NLL) 주변에 새로운 긴장이 감돌지 모른다. NLL 지역은 젊은 김정은이 2010년 천안함 공격으로 ‘위대한 장군’이라는 칭호를 얻은 곳이다. 천안함 공격 이후 한국군과 미군은 서해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증대시켰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 한·미 동맹에 맞서 더욱 강화된 비대칭 억제력을 갖게 됐다고 오판하는 일이다. 바로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여기에 화학무기를 사용하고도 처벌을 피한 시리아의 사례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시리아는 지난주 치명적인 화학무기인 사린가스 폐기 시한을 넘겼다).

 북한은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네 번째 핵실험을 벌일 모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4차 핵실험에 제동을 건 주된 억지력은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평양의 우려였을 것이다. 북한이 2013년 2월 감행했던 3차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어느 때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장성택의 숙청은 베이징이 김정은을 제지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의문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도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NLL 침범이나 핵·미사일 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은 50대 50이다(이는 지난 6년간의 통계적 평균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3.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이 연기될까.

 아마 아닐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측에 반복해서 전작권 반환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청와대가 여기에 강하게 집착할 것 같지 않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반환 과정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여긴다.

 4. 한·미 원자력 협정이 마무리될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불안, 드라마, 그리고 민족주의가 상당히 고조될 것이다.

 5. 한·일 관계는 회복될 것인가?

 불행히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함으로써 올가을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동아시아 정상회의 전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힘들게 됐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의에서 잠시 만나거나 악수를 나눌 정도로 분위기가 개선될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한·중·일 삼국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올해 안에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하더라도 국방과 외교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는 서울~도쿄~워싱턴이 삼각편대를 이뤄 북한 문제에 대응하고 새로운 미·일 방위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동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만 묘하게도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하자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도쿄가 국방개혁(집단적 자위권 등)의 속도를 늦추지나 않을까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한·일 정상회담의 가능성? 낮다. 국방과 외교 정책의 협조를 재개할 가능성? 상당히 밝다고 본다.

 6. 중국은 해상 영토 주장을 공격적으로 계속할 것인가.

 동중국해의 자국 방공식별구역(ADIZ)을 확대한다는 중국의 발표는 내가 보기에 국내 민족주의자나 일본 움직임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이는 중앙군사위원회의 결정에 의한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자국이 설정한 제1 도서연결망(나아가 제2 연결망까지) 안쪽의 해상을 통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남중국해와 서해에 추가 ADIZ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베이징은 주변국들의 반발로 균형이 흔들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웃 국가를 교역 특혜나 원조 협정으로 마취시켜 놓고 단계적으로 힘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ADIZ 발표와 더 최근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미국의 군함이 충돌할 뻔한 사건은 분명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벌어질 새로운 질서의 한 부분이지만, 베이징이 전략적으로 다음의 새로운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걸로 보인다. 중국이 2014년 새로운 ADIZ를 설정할 가능성은 50대 50이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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