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년째 훈훈한 나눔, 쪽방촌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인천 만석동 쪽방촌 주민대표 김명광(왼쪽)씨가 6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주현 사무총장(오른쪽)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광역시 만석동 쪽방촌 ‘괭이부리말’(본지 2013년 12월 28일자 1, 14, 15면) 주민들이 이번에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냈다. 6년째다. 김명광(71)씨 등 주민대표 4명은 6일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회관을 방문해 111만1100원을 전달했다. 이 마을 주민과 노숙인, 무료급식소 이용 노인 등 250여 명이 지난달 15일부터 보름간 모은 돈이다. 사단법인 인천내일을여는집이 운영하는 자활작업장과 무료급식소에 모금함을 설치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이 지역 주민의 상당수가 혼자 사는 노인이며 30% 가량이 기초수급자다.

이날 주민대표로 참석한 김씨는 자활작업장에서 볼펜을 조립하고 재활용품·폐지를 팔아서 월 20만원으로 생활하면서도 여기에서 돈을 떼서 모금함에 넣었다. 이번 모금에는 노숙인들이 100원, 50원짜리 동전을 내놓으며 동참했다.

김씨는 “3년째 쪽방촌 주민대표로 전달식에 참석할 수 있어 기쁘고,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 정말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천내일을여는집 이준모 목사는 “6년째 기부하면서 자긍심이 높아져 연말이 되면 주민들이 먼저 모금 안 하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들의 기부는 2008년 일부 주민이 “우리가 도움만 받고 있을 수는 없다. 뭔가 보답을 하자”고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우리 같은 사람이 남을 도울 수 있을까”라고 반신반의했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 단돈 1000원이라도 해보자”고 용기를 내면서 시작됐다. 인천 만석동 쪽방촌은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 된 동네이며 인천에 남은 마지막 판자촌 밀집지역이다.

신성식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