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통 전제조건은 준법” 원칙론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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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6일 기자회견은 총 80분간 진행됐다. 17분의 연설과 63분여의 질의응답이 이어졌지만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근혜 스타일’은 변함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제기됐던 불통 논란에 대해 특유의 ‘소통관’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철도 파업과 관련해 SNS에서 ‘민영화 괴담’이 돌았던 이유로 야권이 대통령의 불통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자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 한 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반박을 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는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이냐”며 “그건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저는 잘못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어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은 모두가 법을 존중하고 그 법을 지키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적용되고 집행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 것이 잘 지켜지지 않고 그냥 이것저것 다 받아들이는 사회가 소통이 잘되는 일이라고 한다면 우리 사회는 점점 왜곡돼 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쁜 관행이 덕지덕지 쌓여가지고 나중에는 깨뜨리기가 점점 더 어렵고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서 고통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철도노조 파업도 사례로 들었다. “우리 정부가 민영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차 얘기를 해도 그 말을 들으려고도 안 하고 그냥 불법 파업을 이어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할 것인가. 제가 어떤 직역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도 못 만날 이유가 없고 앞으로 소통에도 더욱 힘을 쓰겠지만 불법이라든가 또는 이런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아주 엄중하게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곤 “부족한 점은 있지만 저는 우리 국민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해왔다”며 자신의 소통 방식도 설명했다. 현장 방문이나 청와대 간담회를 통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거나 전국 각지에서 답지하는 민원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박 대통령은 1998년 구마고속도로에서 사망한 여대생이 단순 교통사고로 숨진 게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망했다는 사실이 15년 만에 밝혀진 사례를 청와대 민원의 성과로 소개하며 이런 것이 자신의 소통 방식이란 취지의 말을 했다. “역대 정권 때마다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그냥 형식적인 답변만 오고 해결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15년 만에 범인이 잡혀서 유가족이 한을 풀 수가 있었다”면서다.

 박 대통령은 “아직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앞으로 더욱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했지만 야권이 제기한 소통 방식보다는 자신의 소통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이날 박 대통령은 회견 내내 ‘창조경제’(13번)를 포함해 ‘경제’라는 단어를 51번 언급했다. 브리핑룸에서 열린 회견이 끝난 뒤에는 청와대 춘추관(기자실)도 방문했다.

 이날 회견에 나선 12명의 질문자 가운데는 영국 로이터통신과 중국 CC-TV 기자가 포함됐다. 하지만 NHK와 아사히신문 등 일본 기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미와 아시아에서 각 1명씩 질문자가 선정됐다”며 “과거엔 일본 기자가 대통령 기자회견 때 질문을 많이 했지만 최근 외신클럽에서 중국 기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국 기자가 질문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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