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실천이 관건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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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경제 구상은 구체적이고 손에 잡힌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만하다. 물론 구상과 성공은 다른 문제다. 방향만 잘 잡았다고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공공부문 개혁 등 과제 하나하나가 만만찮은 만큼 치밀한 계획과 의지,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고용률 70%, 잠재성장률 4%.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개념부터 애매모호했던 창조경제에 비하면 훨씬 구체적이다. 메시지도 분명하다. ‘3년’이란 기간과 ‘혁신’이란 방향을 규정했다. 3년은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한계를 염두에 둔 현실성이 엿보인다. 혁신은 고쳐 쓴다는 의미, 집권 2년 차를 맞아 지난해 소홀했던 성장·소득을 다시 꺼내 방점을 찍겠다는 방향성이 읽힌다.

 실천을 위한 핵심 과제도 일목요연하다. 공공부문 개혁, 창조경제의 구체화, 규제 완화를 통한 내수 살리기로 압축했다. 집중과 선택에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정권 초부터 줄곧 강조해온 창조경제를 2순위로 밀어내고 공공부문 개혁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올렸다. 지방을 포함한 공공부문 빚은 지난해 말 5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돼 이미 나랏빚보다 많아졌다. 최근 철도노조 파업에서도 드러났듯 공기업의 부패와 방만 경영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지금부터 개혁을 서둘러도 국가 재정에 주는 부담을 언제쯤 덜어줄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역대 모든 정권이 큰소리쳤지만 어느 정권도 성공하지 못한 게 공공부문 개혁이다. 노조의 강력한 저항과 선거를 의식한 타협, 정권의 의지 부족 등이 이유였다. 박 대통령은 “그 전철을 되풀이해서 국민에 부담을 지우고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공기업의 부채 감축 목표를 숫자로 제시하고, 3년 내 공공기관장 낙하산 비율을 10분의 1로 줄인다는 식의 구체적 목표 수립은 물론 정권의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각오로 밀어붙여야 할 것이다.

 내수 살리기의 수단으로 규제 완화를 택한 것도 바람직하다. 규제 완화는 돈 안 들이고 성장의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역시 역대 모든 정권이 큰소리쳤지만 실패했다. 규제 완화 효과를 높이려면 특히 ‘풀뿌리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중앙에서 아무리 풀어준들 일선에서 막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규제총량제는 새 규제를 만들려면 그로 인해 생기는 비용을 계산해 그만큼 옛 규제를 폐지하는 제도다. 영국에서만 실시 중인 제도로 규제 완화에 효과적이지만 각각의 규제 비용 계산 등 제도 운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제도까지 과감히 도입하고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다고 하니 이번엔 꼭 제대로 된 성과를 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