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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오른 뒤 … 현오석 "원가 검증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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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공요금 거품 논란이 뜨겁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요금의 원가가 적절하게 매겨졌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하면서다. 기획재정부는 원가의 거품을 빼 공공요금의 인상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 공기업은 “거품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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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란은 연말연시 공공요금의 기습 인상(전기 5.4%, 도시가스 5.8%)에서 비롯됐다. 2011년부터 3년간 3대 공공요금(전기·가스·수도)의 누적 인상률은 15%나 된다. 이러자 시민단체들은 “에너지 공기업이 방만경영으로 쌓은 부채를 줄이려고 해마다 큰 폭으로 요금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기재부가 들고 나온 대안이 바로 ‘원가 거품 빼기’ 카드다. 현 부총리는 “기본적으로 공공요금 원가가 높을 수 있다”며 “이번엔 올려줬지만 다음부터는 원료비·인건비가 적절했는지를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조만간 객관성이 보장되는 제3의 기관을 선정해 전기료·가스비 원가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원료를 싸게 사고 인건비를 줄이면 원가는 낮아지게 돼 있다. 전력·가스 공급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만 원가로 다시 계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기요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력구입비(86%)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나 민간 발전회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데 들어가는 돈이다. 나머지는 판매관리비(2.2%), 인건비(1.9%)를 비롯한 관리비용이 대부분이다. 가스요금의 구성비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천연가스 구입비(89.1%), 소매공급비(5%), 인건비(0.6%) 순이다.

 양측의 입장이 충돌하는 핵심 비용은 원료비다. 기재부는 전력구입비에서 거품을 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원가 분석과 함께 전력을 좀 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발전방식을 늘리거나 전력거래제도의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는 전력거래소에서 정한 가격에 따라 전력을 사오기 때문에 원료비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적다. 천연가스 구입비도 국제 시세에 맞춰 장·단기 계약을 잘하지 못해 비용이 늘어난 사례가 종종 있다고 보고 있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9월 장기수요를 잘못 예측해 천연가스를 과도하게 구매해 10조5000억원을 낭비했다는 감사원 지적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산업부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를 파는 쪽이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사는 한전이나 가스공사가 원료비를 줄이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한전·가스공사도 “원가를 다시 계산해봐도 별로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 발전방식과 거래제도 개선은 중장기적인 과제”라며 “단기적으로 원료비를 줄이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국제시세와 환율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가스공사 측은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도 천연가스를 매번 싼값에 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기재부는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는 에너지 공기업의 성과급이나 연봉을 조정하면 원가가 줄어들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업부와 두 에너지 공기업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건비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으로 미미하다”며 “인건비를 원가에서 아예 빼더라도 요금 인하 효과는 0.1%도 안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산업부의 주장에 힘이 더 실린다. 기재부도 이런 분위기를 모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재부가 ‘부채감축을 위한 공공요금 인상은 안 된다’는 상징적인 경고 차원에서 원가 분석을 거론했다는 추측이 많다. 하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공공요금이 오르기 전에 원가 분석을 했어야 더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한성대 이창원(행정학) 교수는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나 방만경영, 복지비용을 모두 계산해 본 뒤 요금 인상 여부나 인상률을 정했어야 하는데 완전히 순서가 뒤바뀌었다”며 “뒤늦게라도 원가 분석에 나선 만큼 공개적으로 검증해 나가야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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