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절과 가정의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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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고유의 명절중 하나인 한가위 날이 되면 신라시대의 아낙네들은 모여 양편으로 나누어 길쌈대회를 했는데 이때에 양쪽의 주장왕녀들이 맡아서 했다고 한다.
길쌈 일은 추석날로부터 한달 전인 음력 7월 15일부터 시작, 만l개월 되는 8월 15일 어느 편에서 길쌈을 많이 했는가를 심사하여 이긴 쪽에 대하여 진 쪽에서 크게 한턱을 내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재미나게 놀았다고 한다.
이렇게 하여 유래된 한가위는 우리민족에 대대로 명절 중의 명절로 전해 내려오게 된 것이다.
나날이 물질문명은 발달하고 정신문명 또한 각도를 달리하는 바람에 우리의 미풍영속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엔 너나없이 분에 넘치는 추석 맞이 준비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물가에 시달리는 선량한 시민들이 이중으로 골탕을 먹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앞으로 우리여성들은 추석 절의 유래가 우리 여성들의 길쌈에서 비롯되었고 추석준비 하나 하나가 우리주부들의 손으로 손수 지어지고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해서 분에 넘치는 허세나 허례를 지양하고 오늘의 실정에 맞는 조촐하고 정성어린 즐거운 명절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요즘 악덕장인들의 고질적인 사고방식 때문에 벌이고 있는 여성단체의 불매운동 같은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상인들의 양식에 호소하고 싶은 것은『제발 상인본연의 자세인 일원 벌기 위하여 10리를 걸었다』는 근면·검소한 정신으로 돌아가고 주부들 역시 오늘의 현실을 바르게 파악하고 자신을 위한 생활과 알뜰한 명절맞이가 되도록 서로가 타이르고 노력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이명희<서울 한국식생활개선 지도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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