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 수권정당다운 균형감각 갖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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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는 속담도 있지만 어제 열린 청와대 신년회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참석한 건 잘한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워서 무슨 일을 해도 곱게 보지 못하는 심리가 민주당 저변에 깔려 있는데 김 대표가 열린 마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정치적 제스처도 좋지만 올해 민주당이 진정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필요한 건 균형감각이다.

 민주당은 지난 1년 내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만 매달렸다. 그 덕분에 국정원 개혁법안이 처리된 건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대한민국 정치가 그저 국정원 문제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군 건 균형을 잃은 일이었다. 127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 여당과 협상이 안 된다며 국회를 박차고 나가 시민단체처럼 장외투쟁하는 못난 짓을 올해는 더 이상 해선 안 될 것이다. 사법부에 의해 재판이 진행 중인 국정원 사건을 입법부가 가로채 특검을 해야겠다는 전례 없는 비상식적인 주장도 이젠 접어야 한다. 이런 일들이 아무런 반성 없이 거듭되고 있는 건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는 투쟁 민주주의, 운동권 민주주의의 성향 때문이다.

 운동권 민주주의는 어느 한 시기, 한국의 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지만 2014년 한국의 정치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약간의 사실에 과장된 의견을 섞어 국민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선동 투쟁이 운동권 민주주의의 한 특징이다. 이런 선동성이 관성처럼 작용하면서 민주당은 당 지도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선 불복 정당’의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투쟁 민주주의는 두 번의 총선과 두 번의 대선 패배를 통해 국민 심판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민주당을 움직이는 정치문화로 남아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아직 탄생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의 2분의 1 수준에 맴도는 초라한 여론조사 성적표를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

 마침 김 대표는 신년사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담대한 변화를 두려움 없이 감당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민주당이 운동권 정서를 극복하고 수권정당다운 상식과 안정성, 균형감각을 갖춘 정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