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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현미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부분 질병 없이 건강을 누리는 특징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고혈압·당뇨병·자율신경 실조증 등 이른바 문명병을 앓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산 학자가 한 명도 없었던 점은 특기할만하다. 그리고 눈에 띄게 장수를 누리는 고령자들이 많았다.』 이는 일본의 종합 의학회 의사들이 현미식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건강실태조사를 실시, 결과를 발표한 「리포트」의 결론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백미식을 하는 사람에게선 잔병이 떠날 줄 모르고 만성병이 흔하며 권태·피로·식욕부진·두통이 관찰되는 데 반해 현미식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건강과 강렬한 생동감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백미식과 현미식에는 왜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일까.
백미와 현미를 땅에 떨어뜨리고 며칠간 관찰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백미는 그만 썩어버리고 마는데 현미에서는 새 생명의 싹이 움터 나온다.
자연식 예찬론자들의 표현을 빈다면 백미는 송장이나 다름없는 「죽은 쌀」이고 현미는 약동하는 생명력이 넘치는 「살아 있는 쌀」이다. 따라서 생명력이 충만한 현미를 먹는 사람들이 「죽은 쌀」을 먹는 사람들보다 건강·장수를 누린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미란 벼의 껍질만 벗기고 쓸지 않은 쌀이다.
이것을 정미소에서 인위적으로 쓸어서 등겨를 내면 백미가 된다.
이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생명력이 농축·응집된 배아가 떨어져나가 버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생명력을 상실한「죽은 쌀」이 되고 만다.
그뿐만 아니다. 영양가도 형편없이 떨어지고 만다. <표>에서 보듯 배아가 떨어져나간 백미는 현미에 비해 빈약한 영양가를 보이고 있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균형 있게 갖춘 현미를 원에 비유할 때 백미는 볼품없는 모양이다.
「칼로리」는 별 차이가 없으나 「칼슘」·인 철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B1, B2, E, 「나이아신」 등은 백미가 현미의 절반도 안 된다. 특히 「비타민」B복합체와 「비타민」E는 백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지일 뿐이다.
흰쌀밥만 먹게 되면 일반적으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지고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으며 어깨와 손발이 저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 대판대학의 「기노시다」(목하량순) 박사는 현미 속에서 「베타·시스데롤」이라는 제암 성분을 추출, 흰쌀밥을 먹는 사람들에 비해 현미식을 하는 사람에게 암 환자가 드문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흰쥐에 인위적으로 암을 발생시키고 두「그룹」으로 나누어 한쪽의 백미로 사육한 흰쥐에서는 암이 그대로 자라는데 반해 현미로 사육한 흰쥐에서는 암이 소멸된 것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러한 제암 효과가 바로 현미의 배아 속에 담겨있는 「베타·시스테롤」이라는 사실을 아울러 확인한 것이다.
현미가 대자연이 인간에게 안겨준 최상의 강정식이라는 속설도 그저 단순한 속설이 아님이 밝혀지고 있다. 현미의 배아 속에 다량 농축되어 있는 「비타민」E와 「아지닌」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아지닌」은 정액의 단백질인 「프로타민」의 80%를 차지하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유명하다.
한편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벼의 수은오염문제에 있어서도 백미보다 현미편이 훨씬 피해가 적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현미에 함유되어 있는 「피틴」산이 무서운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을 비롯해서 수은·「카드뮴」 같은 중금속 유해성분과 결합, 인체내의 흡수를 막아준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철저한 현미식으로 위산과다·위 및 십이지장 궤양·만성위염·간질환·변비·결핵성질환·심장질환·기관지성 천식·고혈압·당뇨병·암 등 악성 만성병을 퇴치할 수 있었다는 경험담과 또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같은 사실을 굳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현미식 이야말로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자연식의 본보기임을 감안한다면 건강식으로서 현미식의 우수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더욱이 현미식은 반드시 잘 씹는 것(50회 이상 저작)을 전제로 한다.
잘 씹지 않으면 현미의 제 맛이 우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한 저작으로 죽처럼 만들어서 위장으로 보내면 다량의 침이 섞일 뿐만 아니라 위장의 부담도 줄어든다. 따라서 위장이 튼튼해진다.
건위가 건강·장가의 기본 요체임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현미식은 결국 건위를 보장해주는 셈이다. <김영치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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