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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김명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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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명환

철도노조가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11시를 기해 파업을 끝내고 일선으로 복귀했지만 김명환(48) 철도노조 위원장 등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간부들은 여전히 은신처에서 도피 행각을 계속하고 있다. 역대 최장기 불법 파업(22일)을 주도한 지도부를 잡기 위해 경찰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민생 치안에 투입돼야 할 경찰 인력이 본업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에 머물고 있는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파업 철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찰 자진 출두 여부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답이 없다. 종로구 조계사와 여의도 민주당사에 있는 박태만(55) 수석부위원장·최은철(40) 사무처장은 “김 위원장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이 움직이지 않는 한 이들도 당분간 “자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듯’ 수배자들이 밖으로 걸어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지난달 31일 추가로 검거한 서울기관차지부장 최모(51)씨 등 노조 간부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1일 신청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지도부 35명 중 파업기간 중 검거한 3명과 이번 추가 검거자를 제외한 29명은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파업 철회 직후 일부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 등 핵심 지도부를 제외한 수배자 전원이 자수한다’는 내용이 보도됐지만 철도노조는 오보라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코레일, 경찰 등 관계기관이 강경대응 방침을 고수하면 자진 출석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파업 철회와 상관없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 같은 대치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수배자 검거가 늦어지면서 강력 범죄 발생이 잦은 연말연시에 자칫 치안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철도노조원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인 지난달 16일부터 지금까지 서울에만 13개 검거 전담팀에 70여 명이 투입됐다. 경찰 수사의 핵심인력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수사계·강력계 형사들까지 총동원됐다. 일선 경찰서의 지능범죄수사팀 일부가 검거 전담반에 편성됨에 따라 해당 부서의 일반 사건 수사는 거의 ‘올스톱’ 상태다. 김 위원장에 이어 박 부위원장, 최 사무처장까지 조계사와 민주당사로 피한 후로는 관할서인 종로·영등포경찰서 수사팀도 투입됐다.

 검거 작전이 계속되면서 경찰의 업무 피로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노조 간부들의 은신처 주변에 호송차를 대기시킨 채 하루 여섯 시간씩 4교대로 잠복 근무를 하고 있다. 일선 경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 인력이 모자라는 팀은 3교대로 일하기도 한다”며 “일반 사건 처리와 철도노조 사건을 동시에 진행해야 해 갈수록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유야 어쨌든 검거가 늦어지면 국민들 입장에선 ‘경찰이 무능력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서울경찰청 소속 검거팀 관계자는 “철도노조 간부들이 공권력이 미치기 어려운 곳을 골라 계속 도피하는 건 비겁하다”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만큼 도피처에서 머물고 있는 김 위원장이 빠른 시간 내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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