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못|글·그림 최영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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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답답할 매면 가끔 시골집 생각이 난다. 사랑 툇마루에 앉아 연못을 내다보는 생각을 한다. 오리 한쌍이 번갈아 물 속에 머리를 박고 연신 물구나무서는 시늉을 하다가, 몸의 물기를 부르르 털다가. 서로 꼬리를 물고 맴을 돌다가… 그럭저럭 한나절 해가 설핏해진다. 그게 어찌나 다정스런 몸가짐인지 물고기란 놈이 가끔 수면으로 올라와 뻐끔뻐끔 곁눈질을 한다.
애들은 모두 들녘 개울물 속에서 덤벙질을 치고 있을 게다. 집안이 조용한걸 보면- 할아버지들도 늙은 느티나무 그늘에서 두런거리다가. 오수를 즐기다가… 그러고들 있겠지. 더러 매미가 울다가, 그쳤다가 해도 좋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가슴이 뻐근해지고 답답해진다. 그게 꼭 꿈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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