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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의 여행 훈수 ⑥] 대관령 제왕산과 선자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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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선자령

연하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설산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강원도 강릉의 대관령이다. 광대한 설원을 감상하기 좋은 제왕산(840m)과 선자령(1157m)이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에 걸쳐 있는 제왕산은 처음엔 소수의 강릉 산악인들끼리만 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었다. 대관령을 그저 넘는 고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이곳을 접한 때는 1983년이었다. 그전에는 종주 등반을 주로 했고, 서울 근교의 산이란 산은 다 다녔기 때문에 새로운 곳이 없나 고민할 때였다. 손님들을 모시고 먼 거리이지만 당일로 갈 수 있는 데를 찾다 보니 대관령 제왕산이 생각났다. 그래서 지도를 보고 답사를 시작했다.

1983년 삼일절 연휴, 버스 다섯 대를 동원해 총 200명을 데리고 처음으로 제왕산을 등반했는데, 눈길에 내려가기 좋다고 손님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그래서 손님들을 계속 늘여갔다. 다른 산악회에도 소문이 나기 시작해 제왕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왕산이 유명해지자 나는 선자령을 생각했다. 손님들에게 제왕산을 등반시킨 어느 날, 산악회 후배 두 명을 데리고 선자령을 다녀왔다. 그 다음부터 바로 손님들을 선자령으로 모시기 시작했고, 결국 두 코스 모두 유명해졌다.

제왕산과 선자령은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대관령의 겨울철 자랑거리다. 겨울철 영서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히는 대관령은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이고, 3월초에도 적설량이 1m가 넘는다. 제왕산과 선자령은 대관령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할 곳이다.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제왕산은 해발 800여m의 구 대관령휴게소에서 출발하며 등산로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때문에 전 구간이 트레킹 코스로 인기가 높다. 특히 경포대를 끼고 있어서 겨울바다 구경을 겸해서 산행할 수 있고, 황장목이라 불리는 소나무 숲길과 계곡길이 아름답다.

평창 선자령은 백두대간 능선의 꼬리뼈 위쯤 되는 곳에 있다. 눈과 바람, 그리고 탁 트인 조망이 어우러진다. 대관령의 상징과도 같은 풍력 발전기가 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 모습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고개가 바로 선자령이다.

이종승 승우여행사 대표

올해 칠순을 맞은 국내 최고령 여행 가이드. 40년 넘게 국내 여행만 고집하고 있다.

해발 1157m로 높은 편이지만 대관령 휴게소에서 내려 평탄한 능선을 계속 따라가면 되는 아주 쉬운 산행 코스다. 이 능선은 동해바다를 끼고 있는 백두대간의 웅장한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백두대간의 전망대’라고 불리는 선자령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보이고 날씨가 좋으면 강릉 시내와 동해까지 내려다보인다. 한쪽에 보이는 양떼목장의 경관 역시 아주 이색적이다. 봄에는 초지, 겨울에는 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풍광은 파노라마를 연상케 한다. 1월 26·30일 2월 2,·8일 출발. 4만5000원.

이종승 승우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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