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가난 쉽게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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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성 노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남성 노인보다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미혜 연구위원은 ‘보건복지포럼’ 12월호에 기고한 ‘여성 노인의 생활 실태와 빈곤 해소 방안’ 보고서에서 여성 노인이 현행 공적연금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장 연구위원이 ‘4차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를 분석한 결과, 경제활동이 활발했던 남성 노인은 공적 소득(사적 연금 등 제외)의 78.1%가 국민연금과 공무원·사학·군인연금에서 나왔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이 저조한 여성 노인의 공적 소득은 기초노령연금이 4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기초노령연금은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소득 수준에 따라 한 달에 2만~9만6800원을 받는다.

 지난해 기초노령연금을 받은 노인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139만 명, 여성은 255만 명이었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금액이 많은 국민연금을 받는 비율은 남성 노인이 45.5%, 여성 노인이 20.3%였다.

 연금 혜택의 차이는 빈곤율로 이어진다. 전체 노인을 소득별로 세웠을 때 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소득을 중위소득으로 하고, 이 중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면 빈곤층으로 본다. 남성 노인의 경우 40.1%가 빈곤층에 속했지만 여성 노인은 45.9%로 조사됐다.

 장 연구위원은 “지금의 여성 노인은 가족돌봄 역할을 다 하느라 고등교육과 경제활동에서 소외됐다”며 “공적연금이 부족한데도 자식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노후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또 “여성 노인은 수명이 길어 독거 노인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며 “이들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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