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조절위원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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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후락남북조절위원회 서울 측 공동위원장은 12일 저녁남북사회를 서로 완전히 개방할 것을 평양 측에 제의했다. 이 위원장의 제의는 우선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광범위한 교류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7·4공동성명이 있은지 만1년, 그동안 남북대화는 6차에 걸친 적십자회담, 3차에 걸친 조절위원회의, 그에 앞선 공동위원장회의 등 10여 차례의 회담이 있었다. 그와 더불어 관계자들의 남북내왕이 있었으며 이제 그들의 회동은 생소한 것이 아니며 구면의 사이가 된 것도 사실이다.
만찬회에서 식사를 나누며, 선물을 교환하고 동포 운운할 때는 같은 민족으로서 얼마나 다정한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문제의 토의에 들어가면 새삼 체제의 상위에서 오는 대립은 물론 분단이래 뿌리깊이 박혔던 상호불신이 되살아 나오고 있다.
남북대화가 거듭됨에 따라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남북이 어떻게 하면 신뢰의 바탕을 이룩하느냐 하는 것이다. 신뢰는 모든 것의 기조가 되는 것으로서 신뢰 없는 약속이나 협정은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것이며 이는 남북대화에 있어서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남북간에 이미 이룩된 기존 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7·4공동성명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대화가 엄연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첩남파를 비롯해서 대남 비방을 일삼았고 이번 조절위원회에 앞서서는 작년 11월11일이래 쌍방합의에 의해 중지됐던 휴전선에서의 대남 방송까지 시작했다.
이러한 것은 신뢰의 바탕을 이룩하는 것이 아니라 7·4공동성명이전의 남북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과밖에는 안된다. 이 위원장은 7·4공동성명의 준수를 거듭 강조했지만 이는 모든 것에 앞서서 중요한 것이다.
또한 남북간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어려운 문제보다도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면서 상호이해와 신뢰의 바탕을 이룩하며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남북문제에 있어서 선후완급을 가림이 없이 일방적인 정치적 의도에서 어려운 문제를 끌어낸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저해할 뿐이다.
박성철 평양 측 공동위원장대리는 이번에도 군비경쟁중지와 미군철수를 위시한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그에 앞서 북한은 그럴만한 여건형성에 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군축이 가장 어렵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것으로서 그 가장 큰 원인은 서로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대로의 「혁명노선」을 견지하며 7·4공동성명까지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군축을 하자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남북대화는 기존약속을 지키며 현실적으로 해결이 쉬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 위원장의 구체적인 제의와 더불어 이 기회에 북한측의 성의를 다시 한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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