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의 한국인 첫 입국 허용|「이념초월외교」의 청신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ITI(국제연극예술협회)총회에 참석하는 연극연출가 유덕형씨에게 소련정부가 「비자」를 발급한 것은 소·중공 등 이념이 다른 모든 국가와 관계개선을 추진해 온 한국정부에 대한 소련의 호의적인 신호로 주목된다.
이번 소련정부의 「비자」발급조치는 작년7월 소련에 억류 중이던 문종하 선장을 조기 석방한 조치와 「모스크바」에서 열릴 「유니버시아드」대회에 한국선수단을 초청한데 이은 세 번째의 호의적인 조치이다.
정부가 지난 66년4월 공산권에서 열리는 비정치적 국제회의·학술회의·기술훈련 등에 참가를 허가한다는 원칙을 세운 이때 여러 사람이 정부의 허가는 받았으나 모두 소련입국「비자」를 받지 못했었다.
66년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국제해양학총회 때의 최상씨(원자력부연구관) 홍순우씨(서울문리대교수), 같은 해 담수어조사관리 및 양어「세미나」때의 정석조씨(수산청기사) 그리고 71년10월 세계음악인 대회 때의 조상현·김자경씨가 모두 소련정부의 입국「비자」를 받지 못해 소련방문이 좌절됐었다.
다만 미국시민권을 가진 이광수씨(「뉴요크」주립대교수)가 10여년 전에, 김영배씨(남가주대 교수)가 69년에, 미국영주권을 가진 김호길씨(「메릴랜드」주립대교수)등이 미국대표단의 일원으로 미국여권이나 여행증명을 갖고 소련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한 일이 있다.
그러나 유씨는 한국적을 갖고 한국여권 아닌 백지에 「비자」를 받아 소련에 입국했는데 유씨의 부인은 미국인이다.
소련인으로서는 「이란」축구「팀」「코치」인 「이고르·알렉산드로비치·네토」씨가 71년9월 우리 정부의 「비자」를 받아 입국했었다.
비수교 국가와의 접근이 통상 문화적인 민간교류→경제교류를 거쳐 정치교류에의 「패턴」을 밟아온 만큼 소련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 먼길에의 하나의 이정으로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부는 작년 말 공산권과의 통상의 길을 튼 무역거래법 개정에 이어 지난4월 「에카페」총회에서 김용식 외무장관이 『이념이나 정치제도상의 어떠한 차이가 있더라도 이를 초월해 모든 국가와의 관계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적극외교 자세를 표명했다.
소련의 유씨에 대한 입국「비자」발급이 꼭 「유니버시아드」선수단에 대한 「비자」발급과 통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더라도 우리의 적극외교에 대한 소련의 적극적인 반응의 전망과 통상 소련의 「패턴」을 따르는 동구제국과의 민간교류 가능성을 밝게 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성병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