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의 조절|권령대 <서울대 문리대 교수·이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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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며칠 전에 새알이 생겼기에 알을 까려고 부화 장에 부탁했는데 까 나오는 날짜를 짚는 데서부터 서둘러서 갈팡질팡하더니 급기야는 시커멓게 끌려 버리고 말았다.
몇 번씩이나 장난을 할 때도 멀쩡하던 것이 마지막에 가서 그 꼴이 되어 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원인을 이리저리 알아보았으나 모두가 신통치 않다.
몇몇 문헌에서 겨우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 인자라는 사실 정도만 발견되었을 뿐 새의 종류에 따른 과학적인 「데이터」는 하나도 없다. 혹시 생물학자들은 알겠지 하고 물어 보았으나 시원스런 대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생물학자들은 「인큐베이터」를 밤낮 쓰고 있겠기에 어떻게들 사용하고 있나 알아보았더니 온도와 탄산 「개스」의 조절에만 신경을 쓸 뿐 도대체 습도 조절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
부란기라는 것도 온도는 「더머스태트」가 부착되어 있어 일정하게 유지되나 습도만은 별 도리가 없다. 단지 선풍기로 수증기를 적당히 순환시키면서 습도계를 들여다보는 정도이다. 물론 습도는 온도만큼 대단치는 않겠지만 어딘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겨울에 화분을 방에 들여 놓아두면 물 주는데 몹시 신경을 쓰는데도 이른 봄이 되면 잎이 오그라들고 낙엽이 지면서 죽기가 일쑤다. 그 원인이 습기와 햇빛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감기에 걸리면 방에 물을 끓여 놓든지. 젖은 수건을 걸어 놓으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습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렷다.
어떻든 「더머스태트」 정도의 간단한 강치로 습도가 자동 조절이 된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아주 옛날에는 석굴암에 습기가 차지 않았는데 과학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오늘 석굴암에 이슬이 맺혀지고 있다니 과학 하는 사람으로서 가슴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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