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의 예산 팽창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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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4년도 정부예산편성지침에는 20%의 예산 팽창률이 예정되고 있는데, 전경련은 16일 9%∼10%선율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정부의 의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전경련이 74년도 예산편성방침에 대해서 이처럼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게된 구체적 이유가 어디 있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현재의 제반 경제동향으로 보아, 그것은 수긍할만한 내용이다. 따라서 예산편성작업과정에서 이 건의는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져야할 것이다.
근자의 경제동향은 전체 경기 면에서 과열현상을 노출시키고 있으며, 수입「인플레」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상황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수입「코스트」의 앙등세에도 불구하고 제 가격은 몇 개 품목을 제외하면 8·3조치로 동결되어 있어 기업수지전망은 경기과열현상과는 관계없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경제동향을 전제로 하는 한, 경기국면과는 반대로 세수증대는 크게 기대할만한 것이 못된다. 이 때문에 예산의 지나친 팽창은 재정적자의 확대를 전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기조를 이처럼 평가한다면 물가현실화 정책이 없는 한 재정팽창률은 당연히 경제성장률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는 주장이 성립되는 것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전경련은 재정투융자 이외의 부문에 대한 세출을 과감히 절감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로서 감당키 어려운 요구로 평가된다. 그동안의 재정팽창이 주로 소비성 지출증대에 기인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전경련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음을 인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소비성 경제팽창은 정부조직의 비대화에 따르는 것이므로 정부조직을 축소하고 공무원 수를 감축시키지 않는 한, 막을 길이 없다는 점에서 예산당국의 힘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정부조직의 개편을 전제하지 않는 한, 소비성 경비의 팽창이라는 재정 고유의 문제점은 해소될 수 없다.
또 전경련은 재정투융자 집행을 효율화하기 위해 관·민 합동의 투자심사위를 설치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전경련이 재정부문에 개입하려든다는 인상을 주기 쉬운 것이며, 또 그것은 온당하지도 않다.
물론, 재정투융자 활동에 있어 비능률적인 측면이 그동안 많았다는 판단 하에 전경련은 이를 시정하는 방법으로서 민간 측의 의견을 소화시킬 장치를 설치하라고 주장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행정부의 고유기능이 무엇이냐 하는 기본문제까지 애매해지는 것이다. 관이 민간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도 우리 경제체제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민간이 단순한 의견제시가 아닌 행정부의 고유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려는 태도도 체제의 본질로 보아 극력 회피해야할 일이다.
원래 자본제 경제에서 재계와 정계가 밀착하는 경향성을 보이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현대적 사회의식과 부합되지 않는 것도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걸핏하면 관·민 합동의 위원회를 설치하려는 주장이 나오는 근자의 경향은 결코 좋은 현상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주지도 못하는 각종 위원회가 관료들의 편리한 보신수단으로 이용되어 행정능률을 저하시키고 책임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을 이루는 점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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