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의 상승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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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2년중의 전국도시소비자물가는 11·7%가 상승하여 71년의 실속 13·5%보다는 그 상승율이 둔화되었으나 그동안의 현저한 「인플레」현상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11·7%의 상승율은 주로 8·3조치이전에 등귀한 요인때문에 나타난 결과로서 8·3조치이후에는 큰 상승요인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이를 평가한다면 전체적으로 보아 72년에 물가사정이 호전되었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것 같다.
즉 8·3조치로 제가격이 일단동결되었기 때문에 8·3조치후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지만, 경제적인 상승요인이 이로써 완전히 제거된것은 아니기때문이다.
따라서 행정적으로 억제된 물가요인이 경제적요인의 배제로 뒷밤침되어야만 비로소 물가는 안정세를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품귀현상이나 이종가격현상이 완전히 제거되고 또 품질저하현상이 야기되지 않으면서 가격이 안정되어야만 비로소 경제적인 안정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뜻에서 지수상의 안정을 경제적인 안정으로 간주해서 물가정책을 평가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전국소비자물가의 상승구조가 실제가격구조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세밀히 분석평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식료품가격상승율이 전년에 비해 낮아진 반면 여타품목은 모두가 71년상승율을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는데 이는 지수상의 결함에 기인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즉 곡물가격상승율이 31%나 되었다면 기타 식료품가격이 얼마나 떨어졌기에 식료품가격상승율이 크게 둔화되었는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료품가중치 5백28·8「포인트」중에서 곡물가중치가 2백82·9나 점하는 것이라면 31%의 곡물가격상승만으로 식료품가격은 16·4%나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식료품가격상승율이 13·3%에 부과하다면 곡물을 제외한 식료품가격은 크게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되겠는데 이를 주부들이 공감할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원래 곡물을 제외한 기타 식료품가격은 품질면이나 규격면에서 모호한 점이 많기때문에 지수상의 애매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는 것이므로 식료품가격의 저상승율을 과신해서는 아니될줄로안다. 한편 식료품을 제외한 모든 품목이 71년도의 상승율을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공산품의 가격이 상승세에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때문에 「인플레」문제에 관한한 사태가 71년보다 악화되었음을 뜻한다.
물론 8·3조치로 그러한 경향을 일단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올 여지는 있는 것이나 8·3조치후에 일어난 국제경제동향의 변화를 고려할때 전체적으로 물가정세가 호전되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더우기 국제자원가격의 폭등,「엥」화의 거듭되는 절상효과등이 우리경제에 파급되어 물가에 완전히 반영되지는 않은 현재의 상황으로 본다면 앞으로 공산품가격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는 데에는 많은 애로가 있을 것이며, 때문에 소비자물가의 안정에도 그만큼 어려운 요인이 남아있는 것이다.
현재화되지 않은 각종내외 요인을 고려에 넣어서 사태를 평가함으로써 실제경제에 부합되는 실효있는 물가안정책을 수립 집행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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