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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휩쓴 육류불매 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워싱텬=김영희 특파원】「버지니아」주의 주부들은 지난달 31일 커다란 쇠고기 덩어리를「트럭」 꽁무니에 달고 백악관까지『쇠고기 행진』을 했다. 「워싱턴·D·C」와「메릴랜드」주의 주부들도 합세했다. 그들은『「밀크」도 오르고, 고기 값도 오르고, 빵 값도 올랐다. 「달러」의 값어치를 내리지 말고 고기 값이나 내려라』등등의 구호만을 들고 부슬비 오는「워싱턴」거리를 행진하며 부지런히 『고기 값을 환원하라』는 내용의 전단을 뿌렸다.
「뉴저지」주 주부들은 미국의 모든 주부들에게 4월 첫 주에는 고기를 식탁에서 추방하자고 호소하고 「닉슨」대통령에게는 고기 값을 내리라고 항의하는 진정서에 10만명의 서명운동을 벌이고 「시카고」의 주부들은 「슈퍼마키트」에서 식료품을 살 때 받는 영수증을 수집, 「닉슨」에게 보내고 있다.
지금 미국의 고기 값은 사상최고. 미국가정의 생계비 중 식료품 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인데, 이것이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 동안에 20·3%로 늘어났다.
그리고 식료품값의 25%를 차지하는 고기 값은 같은 3개월 동안 38·7%나 올랐다.
거기다 수인은 「닉슨」대통령의 임금통제 정책으로 5·5%라는 사슬에 묶여있다.
쇠고기 「브이코트」는 삽시간에『「달러」를 도둑맞은 주부들』의 전국적인 호응을 받아 4월1일에서7일까지 일주일을 『고기 없는 주간』으로 정하고 정부,「인플레이션」육류상인들에게 결정타를 가하자는 약속이 이루어졌다.
노조는 그들대로「닉슨」대통령에게 식료품값을 내리지 앉으면 5·5%의 대금동결을 지킬 수 없다고 위협했다.
이런 전국적인 규모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3월28일의 「닉슨」대통령의 육류가격 한도이다. 그러나 노조와 주부들은 「닉슨」대통령의 조처에 크게 실망했다.
「닉슨」대통령의 조처는 육류가격을 충분히 합당한 수준까지 환원시키지 않고 현 수준이상은 올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소비자보호단체·가정주부·의회와 노조는 육류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현 수준을 상한선으로 한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불평. 「즌·린지」「뉴요크」소장은 고기 없는 주간운동을 지원하는 뜻에서 오는 5일 시청산하기관식당의「메뉴」에서 고기를 추방하도록 지원했고 4일 밥 연례만찬회를 갖는 민주당 「뉴요크」위원회는 식사에 고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재조정했다.
영국의 채식주의자협회에서도 그것 참 잘하는 일이다라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채식주의자협회는 용의주도하게도 「메시지」 끝에 식물성으로만 만든 맛있는 음식의 요리법까지 적어보냈다.
하지만 미국의 가정에서 채식의 즐거움 (?)을 얼마나 오래 견딜지는 상당히 의문스럽다. 어려서부터 기름 끼 음식으로 위장을 훈련해 온 터라 이「제2의 천성」을 억제하기란 한국인들이 김치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작년12월 수준으로 값을 내리라는 것인데 만약 각 가정이 정말로 토요일까지 밥상의 고기를 타도한다면 고기장사들도 꽤는 견디기 힘들 것이다.
「닉슨」행정부의 입장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주부돌의 환심을 사야겠는데 고깃값은 미국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국제가격까지 뛰고있기 때문이다.
항상 고기를 파는 입장이던 「스위스」가 최근에는 수입국으로 변했고 일본은 3월 한달 동안에 작년1년치와 맞먹는 돼지고기를 미국에서 사갔다. 이처럼 찾는 사람은 많고 내놓는 사람이 적으니 값이 뛰는 것은 정한 이치인 것이다.
이번 「닉슨」조수는 수출 및 수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육류가공업자들은 국내 육류 값이 내리면 수출을 늘릴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소비자 운동의 효과가 상당부분 상쇄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과 대결하기 위해 육류「보이코트」 운동을 지도하는 주부들은『고기 없는「샌드위치」』『고기 없는 식사』의 요리법을 보급하는 등 육류「보이코트」의 영향을 장기화시킬 태세를 갖추고있다.
미국 주부들은 작년에도 상치「보이코트」운동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올린 일이 있다. 이런 운동을 통해서 주부들은 자신들의 소비자운동이 번번이 만족할 성공은 거두지 못해도 정부와 기업이 압력단체로서의 주부들의 존재를 크게 의식하고, 주부들 스스로도 일종의 주체성 같은 것읕 되찾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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