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마인드 없으면 해외서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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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4면

30대 사업가 정모씨는 1990년대 현대건설에 근무하던 시절 서울 가양대교 건설현장을 잊지 못한다. 당시 감리를 맡았던 영국계 회사가 답답할 정도로 꼼꼼하게 일처리를 해 하루이틀이 10년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중 한 영국인이 "물리학과 공학을 배운 사람인데 과학 마인드를 찾아볼 수 없다. 성수대교를 떠올려라"며 다그치자 쥐구멍을 찾고싶을 정도로 창피했다.

정씨는 "그때 배웠던 꼼꼼함과 원리.원칙에 충실한 작업방식은 지금도 사업밑천으로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과학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 마인드란 합리성.효율성.창의성 등을 염두에 둔 사고방식으로 18세기말 프랑스 대혁명 때부터 부각, 오늘날 서방 사회구조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실제 해외 진출 초창기 한국인들이 과학 마인드로 똘똘 뭉친 외국인을 상대하면서 앞뒤 안 가리고 밀어붙이다 '큰코'다친 경험이 수두룩하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스톡홀름관의 편보현 부관장은 "스웨덴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로비 또는 부정회계는 생각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구참사는 우리 사회가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너무 주먹구구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조숙경 전문위원실장은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보다 과학 마인드에 익숙한 사람이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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