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에이커」당 5백「파운드」폭탄 세례|월남… 자연의 천혜로 의식주 걱정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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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년간의 전쟁 기간 중에 월남은 1「에이커」당 5백「파운드」, 인구 1인당 1천3백33「파운드」의 폭탄을 얻어맞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보도를 읽은 사람은 으례 월남 국토가 모두 결딴나고 농토는 완전히 황무지로 변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마련이다. 「히로시마」에서 40만 명의 목숨을 일시에 앗아갔던 원폭7백50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파괴력인 만큼 이와 같은 상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가지 중대한 사실을 잊고 있는 셈이다. 바로 대자연의 위력이다.
인간의 파괴력이 얼마나 가공스러운 것인가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대자연의 천혜가 얼마나 심원한가를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오늘날의 월남의 모습은 자연의 복원력에 비해 인간의 파괴력이 얼마나 미약한 것인가를 웅변으로 증명해 준다.
적어도 「아시아」적인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월남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전쟁에 시달렸으면서도 결코 가난한 나라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도대체 이곳에는 인간 생활의 3대 요소라는 의식주의 걱정이 없다. 사철이 모두 여름이니 옷치장이건 땔감이건 걱정할 필요가 없고 먹을 것도 몇 해안에 완전히 남아도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한다.
3모작이 귀찮아서 2모작만 한다 해도 쌀은 해마다 쌓일 것이라는 얘기이다. 좀 태평스러운 친구들 가운데는 벌써부터 「쌀 수출 시장의 확보」를 염려하는 축도 있을 정도이다.
의복 문제만 해도 그렇다. 어린아이들은 1년에 「팬츠」2장이나 석장이면 그런대로 볼품 사납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이다.
명색이 전쟁을 하는 나라의 국민이면서도 낮12시부터 3시까지 낮잠(시에스터)을 즐길 정도로 여유만만했던 것도 자연의 천혜를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월남에 와 있는 외국인들은 누구나 이와 같은 자연의 혜택에 감탄하기를 잊지 아니한다. 【사이공=신상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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