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노예만의 소사회서 추방된 시민 「브로드스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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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드레이·보즈네센스키」, 「예프게니·예프투셍코」에 이어 최근 미국 땅을 밟은 세 번째의 소련시인 「이오시프·브로드스키」가 미국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같은 세대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를 받으면서도 거의 눈에 띄지 않고 반년동안이나 그는 미국에서 살아왔다.
「보즈네센스키」나 「예프투셍코」보다 7살 아래로 33세인 그는 추방령을 받기 전인 지난 6월까지 레닌그라드의 고향에서 창작 및 번역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9월부터 그는 「미시간」대에서 「러시아」및 서구 시에 관한 「세미나」를 맡아왔다.
지난주에는 뉴요크의 「펜·클럽」 미국센터에서 자작시를 노어로 낭송하고 청중들과 어설픈 영어로 문답했다. 사실 「브로드스키」는 미국에 오기 훨씬 이전에 영어를 했다. 63년에 이미 그는 영시를 노어로 번역했다.
건강한 모습의 「브로드스키」는 미국인과 만나고 대화할 때 세심한 주의를 하면서 그의 추방생활에 대해 조금 불편할 뿐 비극은 아니라고 말한다. 「로버트·프루스트」의 시에서처럼 보다 전원적이고 덜 신경질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미국생활에 적응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그는 술회한다.
러시아와 러시아의 시적 전통을 완전히 탈퇴할 수는 없다는 그는 앞으로 문제가 많겠지만 노어로 창작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가 솔제니친과 같은 확고한 사상적 위치도 없으면서 어떻게 추방되었는지 이상하게 생각한다. 유대인이지만 그는 「펜·클럽」의 연설에서 유대인으로서의 생활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련에서 그는 단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어디에나 머물러 작품활동을 하기를 원했을 뿐이었는데 국가반역죄로 몰렸다. 지난여름 기자들로부터 추방이유를 질문받고 그는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에 똑같은 질문을 받고 그는 『그들은 시민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취급할 수 있다. 노예나 적으로 말이다. 그런데 만일 노예도 적도 되지 않으려는 시민을 그들은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스위크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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