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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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9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이 선거에서 투표율은 72%에 달했고 지역구 선출 의석 총수 1백46석 중 공화당이 73, 신민당이 52, 통일당이 2, 그리고 무소속이 19를 각각 차지했다. 투·개표 과정은 일부 선거구에서 사전 무더기 표가 적발되는 등 사건이 발생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평온했었다.
유신 정치 체제 수립 작업에 마무리를 짓는 국회의원 총선은 비교적 깨끗하고 평온한 가운데 치러졌다 할 것이다.
72%의 투표율은 우리 나라 역대 국회의원 총선의 투표율이나 선·중진국의 투표율에 비해서 별 손색이 없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운동 기간이 불과 15일 밖에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또 우리 나라로서는 최초로 채택했던 「선거 운동의 철저한 공영제」 아래서 진행됐기 때문에 혹은 투표율이 지나치게 낮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기우로 끝났다는 것은 어쨌든 우리 국민의 정치적 관심도가 비교적 높다는 증거로 생각한다.
선거 결과를 보고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여촌 야도」의 전통이 깨졌다는 사실이다. 그 원인으로서는 우선 첫째 복수 당선제를 채택했으며, 둘째 특별히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선거구를 제외하고서는 1구에 1인의 후보자 밖에 내지 않은 각 당의 선거 전략 등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여촌 야도의 전통이 무너졌을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나타나던 특정 정당에 대한 편중성이 지양되었다는 사실도 국민 국가의 이상에 진일보 접근하였다는 증좌로 보아야 할 현상이다.
이번 선거에 있어서는 출마한 8대 국회 의원 1백23명 중 33명이 낙선했고, 8대 이전 국회의원 중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객의 수는 40여명에 달한다. 개중에는 세칭 「거물급」에 속하는 정객들도 적지 않다. 이는 곧 정당이나 정계가 게을리 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신진 대사를 오히려 유권 대중이 적극 촉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회의원의 신진 대사는 「국회의원의 직업화」 경향을 막기 위해서도, 또 국회로 하여금 참신한 시대 감각을 갖추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정당은 물론, 정치한다는 사람들은 이점을 명심하고 스스로 신진 대사를 촉구함으로써 자기의 체질 개선에 힘씀은 물론,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 정치 풍토 개선에 이바지 해주기를 바란다.
2·27선거에 있어서 준법과 공명이 그토록 강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몰지각한 자들이 사전 투표 등 범법 행위를 저질러 법망에 걸려든 사건은 유감천만이다. 박 대통령은 지위의 고하나 여야를 부문하고 엄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따위 범법자에 대해서는 부정 선거·타락 선거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도 반드시 일벌백계의 엄중한 의법 처단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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