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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창업 프렌들리' 사회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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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박재환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
경영학부 교수

“SKY(서울대, 연·고대) 출신이라도 사업하겠다면 다들 말리면서 냉소적이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에 들어가면 대접이 달라지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주위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이다. 대기업 평균근속연수는 10년이며, ‘회사의 별’이라고 하는 임원은 입사하고 나서 평균 23년 후, 그것도 0.04%의 확률로 된다고 한다. 별로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들 대기업 임원이 되고 싶은 건 대안도 없을뿐더러 ‘대기업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올해 들어 교육부·중기청 등에서 대학창업교육 로드맵을 발표했다. 또 최근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청년창업 분야 예산으로 올해보다 51.7% 증가한 167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대대적인 창업 지원정책에 일부 주요 대학 학생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창업 움직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업지원을 위한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경진대회 수상이나 정부 보조금 등 각종 창업지원 혜택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일부는 대기업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용으로 창업을 활용한다. 그나마 적극적으로 창업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학부모·애인·친구 등 주변의 우려 속에서 나온 충고에 방향을 다시 돌리기도 한다. 그들의 충고는 사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각종 불공정 행위에서 우러나온 경험이기도 하다.

 『창업국가』의 저자 사울 싱어는 “이스라엘의 혁신적 사고와 창의성은 행동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문화와 인식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창조경제 구축의 핵심은 ‘창업가 정신의 발현’이다. 창업가 정신은 곧 도전과 열정에서 비롯된 주인의식과 창의성이다. 창업은 단지 아이템이 좋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금이 충분하고 창업인력이 좋아서만도 성공하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와 시장의 흐름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사람만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

 며칠 전 TV에서 창업오디션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창업이라는 소재를 가수 오디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슈퍼스타 K’와 같은 서바이벌 형식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이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1% 저리로 10억원을 대출해주며 전문가들의 멘토링이 제공된다. 이처럼 도전정신이 살아있는 벤처인들의 성공 스토리가 생산돼 창업문화 구축과 국민인식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창업기업이 중소벤처로 성장하기 위해선 불공정 관행 개선 등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창업을 권하지 않는 반(反)창업적 사회 분위기와 창업에 ‘언-프렌들리(un-friendly)’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전 정부들도 여러 창업 육성책들을 시행했지만 별 성과 없이 세금만 낭비하는 우를 범했다. 이제는 역량 있는 인재가 창업생태계에 마음껏 뛰어들 수 있도록 창업친화적인 사회와 문화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박재환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