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파동과 우리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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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주부터 다시 요동하기 시작한「달러」파동은 이제 그 절정에 이른 감이 있어 앞으로 있을 주요 선진국 통화의 평가조정 과정을 예시하고 있는 것 같다.
서독 외환시장에서는「달러」시세가 사상 처음으로「달러」당 3·15「마르크」로 거래되었는가 하면, 서독 연방은행이 지난 9일간 매입한「달러」는 무려 6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로써 서독은 현 환율체제를 이 이상 지탱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이 때문에 이중환율제를 채택하자는「벨기에」안을 이 이상 반대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한편, 영국의「파운드」화와 더불어 서구통화중 가장 약세통화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이태리의「리라」화가 평가절하 되리라는 풍문이 파다하다. 마찬가지로 일본도「달러」시세를 그 하한선인「달러」당 3백1「엥」10전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금 필사적으로 시장개입을 하고 있다.
이러한 파동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마르크」와「앵」화가 다시 평가 절상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미국은 자국 무역수지 역조의 주인을 이루는 일본에「에벌리」대통령 특사를 보내「엥」화의 재 절상을 강력히 촉구하고, 만일 일본이 이에 부응하는 경우 차별적인 수입부가세를 부활시키겠다고 경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마르크」화 및「엥」화의 재 절상은 그 내용이야 어떻든 이제 시간문제로만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우리도 그러한 가정 하에 국내외 정책을 조정해 가야 할 것이다.
우선「엥」화 및 「마르크」화의 재 절상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친다는 점에서 그 득실을 세밀히 검토해야 하겠음을 강조한다.
특히「마르크」화의 재 절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엥」화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므로「엥」화 절상문제를 중점적으로 분석해야 할 것이다.
「엥」화의 재 절상은 우리의 대일 수출조건을 유리하게 할뿐만 아니라, 기타 지역에서 일본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호전시킨다는 이점을 파생시킨다.
그러나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고, 대일 무역수지 역조 폭이 큰 우리 경제실정으로 보아 「엥」화의 재 절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부담 요인은 엄청나게 클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즉 연간 대일 수입규모가 10억「달러」수준에 있는 수입구조로 보아「엥」화의 재 절상은 그대로 우리의 대일 수입「코스트」를 재 절상 폭에 비례해서 상승시킨다. 따라서 일본 원자재를 가공해서 기타 지역에 수출하는 수출업계는 수출채산성이 그만큼 약화되는 것이다.
또 대일 무역수지 역조로 파생되는 대일 채무는 기타 지역 수출로 가득한 외환으로 상환되어야 하는 것이므로「엥」화 재 절상으로 외환 가득률이 떨어지는 가공무역 수입으로 대일 채무를 갚아야 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양곡차관 등 대일「엥」차관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근자의 추세로 보아 기 도입차관의 상환부담 증가뿐만 아니라, 추가「엥」차관의 상환부담도 늘어난다는 손실도 예상해야 한다. 「달러」파동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주로「엥」화의 재 절상 폭에 달려 있는 것이므로 당국은 재 절상 폭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예측하여 국내 정책조정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수입「코스트」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그 대책, 일본 원자재의 가공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수출체제가 받는 위 격의 정도와 그에 대처하는 방안, 국제 자본환경의 변화에 따른 개발자금 조달문제와 전체 수출전망의 변화에 대처하는 방안 등 제반정책 면에서 빈틈없는 대안을 강구하여「달러」파동의 여파를 훌륭히 소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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