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심장병 아이 6명 한국서 새 생명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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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07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한병도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오른쪽)이 치료 중인 이라크 심장병 어린이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이라크 우호재단]

내전·테러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이라크 심장병 어린이 환자 6명이 새 희망을 찾아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다. 인도적 의료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이라크 우호재단(이사장 한병도)은 15일 “아델 압둘 마흐디 전 이라크 부통령을 단장으로 어린이 환자들과 그 가족 등 23명의 방문단이 한국을 찾는다”며 “가천대 길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앞으로 20여 일 동안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환자들은 만1세부터 10세 전후로 대부분 선천적으로 심장에 문제를 갖고 태어났다. 이들은 가난한 가정형편과 낙후된 현지 의료시설 탓에 병원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다.

 재단이 이라크 어린이들에 대한 인도적 의료지원사업을 시작한 것은 8년 전인 2006년부터다. 당시 17대 국회의원이던 한병도 이사장이 이라크 이슬람최고평의회 아마르 알 하킴 총재를 만나 한·이라크 간 우호 발전 협의를 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한 이사장의 초청으로 방한한 하킴 총재는 이라크 테러단체에 의해 숨진 김선일씨 부모를 찾아가 대신 사과하기도 하는 등 협력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라크에서 선정한 첫 어린이 환자가 자칫 서울행 비행기를 타지 못할 뻔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환자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국제공항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공항 검색대에서 제지를 당했다. 한쪽 눈에 테러리스트들이 쏜 총탄 파편이 박혀 있어 금속탐지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라크 현지 병원에서 찍은 엑스레이 자료를 보여주고 겨우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재단이 지금까지 국내로 데려와 치료한 이라크 어린이는 모두 30여 명. 이라크 내에서는 이들이 치료받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10회에 걸쳐 재방송되는 등 한국의 지속적인 인도적 의료지원사업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방한단에도 이라크 신문·방송 취재진 6명이 포함돼 있어 한국의 인도적 의료지원사업이 이라크 현지에서 얼마나 큰 관심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한 이사장은 “인도적 지원사업을 계기로 한·이라크 우호 협력 관계가 더 깊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만큼 향후 이라크 재건 사업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단을 이끄는 마흐디 전 부통령은 강창희 국회의장을 포함한 여야 정치권 인사, 삼성·현대 등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이라크 재건사업에 한국이 적극 참여·협력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현직 국회의원이자 이라크 시아파 최고위급 인사인 마흐디 전 부통령은 내년 총선 때 이슬람최고평의회가 승리할 가능성이 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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