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복원 위해 중진들 뭉쳤다 … 여야 5선 이상 13인 협의체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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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左), 문희상(右)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최다선 의원들로 구성된 ‘여야 중진협의체’가 발족한다. 새누리당 황우여(5선) 대표를 비롯해 서청원·정몽준(이상 7선)·이인제(6선)·김무성·이재오·정의화·남경필(이상 5선) 의원과 민주당 이해찬(6선)·문희상·정세균·이석현·이미경(이상 5선) 의원 등 5선 이상 의원들은 17일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여야 중진들이 정례적으로 만나 협의하는 기구를 만들기 위한 상견례 자리다. 최근의 국회 상황이 너무 정쟁 일변도로 흘러간다는 데 대한 우려감이 회동의 배경이다.

 5선급 이상으로 ‘여야 중진협의체’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지난 9일 서청원 의원과 정몽준 의원의 식사 자리에서 나왔다. 현 정치 상황이 화제에 오르면서 “과거에 비해 요즘 여야 물밑 대화가 부족해 정국이 잘 안 풀린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이에 서 의원이 “정치 경험이 많은 여야 중진들끼리 한번 모이는 게 어떠냐”고 하자, 정 의원은 “그렇지 않아도 이재오 의원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며 찬성했다. 이에 남경필 의원이 실무 연락책을 맡아 민주당 중진들과 접촉해 17일 모임을 성사시켰다.

 남 의원은 “지금 정치권이 국내 이슈에 매몰돼 있지만 동북아 정세와 북한 상황이 보통 위중한 게 아니다”라며 “국가 안보와 민생을 위해선 초당적 협력 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점에 모든 중진이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 중진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다 보면 대치 정국 해소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도 “요즘 정치가 실종돼서 대화가 사라졌는데 우리들끼리라도 소통해서 필요할 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자는 게 모임의 취지”라며 “서로의 속내는 뭐고, 필요한 것은 뭐고, (양보의) 마지노선은 어디까지인지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 범위를 5선 이상으로 한 데 대해 이 의원은 “5선 이상으로 하면 10명 남짓인데 그 정도가 오붓하게 터놓고 밥 먹기 좋다”며 “4선까지로 확장하면 수십 명이나 돼서 보여주기식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월 1회 정도로 모임을 정례화하고 MT를 함께 가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다만 여야의 숫자를 맞추기 위해 민주당에선 당내 영향력이 있는 박지원(3선)·신기남(4선) 의원 등 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3일 여야 4인 협의체가 국회 정상화 방안을 합의했을 때 막후에서 ‘서청원-박지원’ 라인이 가동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진들이 독자적 활동 공간을 모색하려는 건 여야 모두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정치가 실종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여야 모두 극단론자들의 목소리가 과대 포장돼 왔지만 중진들은 극단론자가 없다”며 “정치를 복원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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