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진우의 저구마을 편지] 바닷가 중국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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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청해반점은 그 이름처럼 푸른 바닷가에 있습니다. 환갑을 넘긴 부부를 닮아 허름하지요. 남편은 음식을 만들고, 아내는 배달을 나갑니다. 물고기 비늘처럼 빛나는 철가방을 실은 노란 스쿠터가 해변을 달리면 자장면이 먹고 싶어집니다. 남부면 유일의 중국집. 남부면 어디든 노란 스쿠터는 달려갑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길을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달려갑니다.

일손이 달리는 농사철에 노란 스쿠터는 신출귀몰합니다. 길이 없는 골짜기 깊숙이 있는 논밭까지 철가방은 구슬땀을 흘리며 달려가지요. 물때를 만나 바쁜 배 위에서도 자장면은 맛나게 비벼집니다. 피서철에는 해변을 따라 빈 그릇이 늘어섭니다.

자장면을 먹는다는 게 이 마을 사람들에겐 마음먹고 하는 외식이 되어서 누구네 집 앞에 빈 그릇이 있으면 무슨 좋은 일이 생겼나 여깁니다. 하지만 스쿠터도 주일에는 멈춰 쉽니다. 두 내외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탓이지요.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나르는 일에 감사를 잊지 않는 사람들, 그들이 그냥 푸른 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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