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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떠나자] 발아래 펼쳐진 봄빛 多島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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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나 진달래가 피기 전인 3월에 봄내음을 만끽하면서 산행을 즐기려면 남도로 가야 한다.

한려수도나 다도해의 섬을 조망하며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팔영산(전남 고흥군 점암면.6백9m).가라산(경남 거제시 남부면.5백80m).달마산(전남 해남군 송지면.4백89m).사량도 지리망산(경남 통영시 사량면.3백98m).두륜산(전남 해남군 삼산면.7백3m).와룡산(경남 사천시.7백99m) 등이 꼽힌다.

전국 어느 고장이건 그곳을 대표하는 산이 있게 마련이다. 전남 장흥군은 한반도의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장흥군은 중견 작가 3인(송기숙.이청준.한승원)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의 대표적인 산은 철쭉으로 이름난 제암산(장흥군 장동면.8백7m)과 억새가 유명한 천관산(장흥군 관산읍.7백23m)을 꼽을 수 있다. 천관산에 오르면 다도해에 떠있는 노력도.금당도.평일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와닿는다. 산 위에는 신이 조각한 바위들의 천상(天上)공원이 펼쳐진다.

아름다움에 흠뻑 젖다 보면 노래 한구절쯤 절로 나오게 마련이다. 관산벌에서 올려다본 천관산에는 그저 고만고만한 바위 몇개만이 서있다. 그러나 높이 올라갈수록 바위들은 신이 만든 거대한 조각품으로 다가온다.

다도해를 끼고 있는 산치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달마산.두륜산.와룡산 등에 오르면 쪽빛 바닷물이 눈길을 끈다. 특히 천관산의 오케스트라 외에 정상에서 감상하는 다도해의 월출이 또 하나의 선물이다.

오는 봄을 시샘하듯 지난 주말 천관산에는 발목까지 쌓이는 눈이 왔다. 환희봉 부근에는 설화까지 피었다. 기자와 동행한 장흥산악회 이영돈 대장은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눈을 보기 어려운 곳"이라며 "천관산에 눈이 오기는 올 들어 처음"이라고 설명한다.

눈덮인 천관산의 바위들은 기둥처럼 서서 하늘을 찌르고 있어 그 위세가 등등하다.

호남정맥에서 가지친 탐진지맥이 남해로 빠져 나가기 전 크게 용틀임한 곳이 천관산이다. 지리산.월출산.내장산.내변산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다.

천관산 정상인 연대봉에서 구룡봉으로 이어지는 10리 능선길에 올라서면 어디에 누가 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숨을 곳이 없다. 천관산 등산로는 10여 코스가 있다.

그러나 모든 길은 연대봉으로 이어진다. 장천재(長川齋)에서 오르는 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탑산사 코스도 인기가 있다. 이 코스는 연대봉을 오르는 최단 코스로 지난해 장흥군이 조성한 문학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문단에서 내로라하는 시인과 소설가 54명의 사진과 약력을 동판과 바위에 새겨 세워놓았다.

문학공원 주차장에서 닭봉을 거쳐 연대봉까지는 쉬엄쉬엄 올라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연대봉에서 발길을 되돌려 환희봉을 거쳐 구룡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에는 불영봉.구정봉.천주봉.진죽봉 등이 저마다의 모습을 한껏 뽐낸다.

구룡봉에서 탑산암을 거쳐 문학공원까지 내려올 수 있다. 탑산암 근처에는 시누대가 숲을 이루고 있어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을 마음 속에 담아올 수 있다. 총산행시간은 2시간 30분이면 족하다.

관산읍에서 회진 방향으로 5백여m를 걸으면 천관산 관광농원이라는 팻말이 나오고 농로를 따라 10여분 들어가면 장천재에 닿는다. 장천재 코스는 여기서 시작된다.

울창한 숲을 뚫고 30여분 오르면 왼편으로 전망이 트인다. 고흥반도 앞 득량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앞에 펼쳐진 능선은 마치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뾰죽뾰죽한 바위가 이어져 있다. 금수봉~관음봉을 거쳐 천주봉까지는 30분을 더 올라야 한다. 천주봉에서 720봉까지는 10여분의 거리지만 땀을 식히며 바위구경도 할 겸 쉬엄쉬엄 오르는 것이 좋다.

720봉에서 연대봉까지는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지며 잘록한 고개에는 감로천의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른다. 연대봉 봉화대에 올라서면 천주봉 쪽을 제외한 3면이 바다를 향해 탁 트여 있다. 관산벌과 다도해.회진포구.대덕읍이 막힘없이 보인다. 하산길을 따라 40여분 내려가면 장천재에 닿는다.총 산행시간은 4시간.

천관산=김세준 기자

<여행쪽지>

▶교통편=서울 강남터미널에서 새벽 1시 광주행 심야 우등고속버스를 타면 오전 4시40분 광주에 도착한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치면 터미널(062-360-8114)에서 장흥군 대덕행 첫 버스(오전 6시 출발)를 탈 수 있다. 2시간이 소요되며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대덕읍에서 문학공원이 있는 탑산사까지는 택시로 10분 거리며 요금은 5천~6천원.

▶맛집=바닷가에 가면 그 지방 특유의 물회를 맛볼 수 있다. 장흥군 회진포구가 있었던 회진이나 삭금에 가면 된장물회가 유명하다.

된장물회는 열무김치와 된장이 맛을 좌우한다. 자연산 깔따구(농어새끼).돔과 열무김치.고추.양파.마늘.깨 등을 넣고 된장에 버무린 후 물을 넉넉하게 넣어 만든다. 약간 신듯하면서도 구수한 국물이 입맛을 돋운다.

속을 푸는 데 그만이어서 애주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삭금횟집(장흥군 회진면 삭금리.061-867-5461)이 특히 유명하다. 창문밖으로는 완도가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4인분에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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