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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공의 해 첫 새벽… 새 꿈을 펼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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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계축년 소해의 새 아침을 맞았다. 소는 순하고 부지런하며 옛 동양화에 피리 부는 신선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고요와 평화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고대 「오리엔트」에서는 제사 때 성수로 사용 됐고 부여족에게는 신앙의 중심이 될 만큼 예부터 신성시되어 왔다. 소해에 태어난 사람을 흔히 『일복도 많지만 보람이 있는 일을 많이 한다』고들 한다. 소해를 맞아 소에 얽힌 이야기를 민속학자 임동권 교수(46·서라벌예대·문박)를 통해 알아본다.
소는 척추동물 반추류에 속한다. 소의 원조는 고양이만한 크기에 발톱이 5개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제3기」말에 갑자기 커졌다. 현재는 소의 발톱이 2개가 있는데 그것은 둘째와 셋째 발톱이 커진 것이다. 빙하 시대는 소가 수렵의 대상이었다. 이집트의 「라메스」 3세 때 야생소를 잡으려고 수렵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소는 고대에서는 신성시됐었고 농경시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밀접한 관계를 이뤄 사람과는 아주 친근한 사이가 되어 왔다.
동양에서는 약3천2백년전인 중국의 하나라 때 소 이야기가 처음 나오고 있다.
우리 나라는 위지동이전에 보면 삼한 사람이 『소와 돼지를 좋아한다』는 기록이 있고 부여족은 「나라에 난리가 났을 때 소의 발톱(2개)을 불에 구워 점을 쳤다』는 구절이 있다. 구운 발톱이 붙어 있으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진다는 것인데 우리 조상이 소를 얼마나 신비롭게 여겼는가를 알 수 있다. 고대 서양에서도 소의 뿔이 초생달 같다하여 위대한 여신을 소와 결부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국사기에 보면 소와 관계되는 지명이 등장하는데 강원도 춘천을 『우수주』로, 그 곳 산을 『우두산』으로 명명하고 있다.
신라 때는 우경법을 장려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 때는 나라에서 목우장을 설치했고 이조 초에는 조정에서 종우를 소유, 길렀다는 기록이 있다.
소는 크게 나눠 6가지 종류가 있으나 현재 세계에 2백여 품종이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 소는 털은 황갈색이고 조식에 잘 견딘다. 소는 농경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과 더욱 밀접한 관계가 이뤄졌다. 재산 제1호 목록으로 화폐처럼 거래 수단으로, 그리고 사역과 고기로 귀중히 여겨졌다. 고기는 살코기뿐만 아니라 뼈도 고아 먹으며 가죽과 발톱, 뿔마저 조각하여 쓰고 있다.
소가 이처럼 죽어서까지 사람에게 완전 봉사하는데 반해 사람은 잔인할 만큼 부리고 있어 염치가 없다고 하겠다. 말고기는 일본과 몽고 등지에서 먹고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예부터 「터부」시하고 개고기 역시 불길하다고 제사 때 쓰지 않고 있다.
제사에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쓰고 있으나 역시 쇠고기를 으뜸으로 치고 있다.
소가 이같이 우리와 친밀한 탓으로 우리 조상들은 나라에서 장사에게 상을 내리거나 씨름 대회 때 황소를 상으로 주었다. 힘센 사람을 황소로 비유한 것도 친근감과 영웅시한데서 비롯되었다고 하겠다. 가축 중에 개도 사람과 친근하지만 해를 끼칠 위험이 뒤따른다.
소가 예부터 농민에게 뿐만 아니라 지식 계급과도 가까왔다는 증거는 옛 예술 작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홍길동전이나 김우태자전 등 우리 소설에서 소가 등장되고 있다. 동양화에서도 신선이 흔히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장면이 나타난다. 또 『소치는 아애들아…』 등 시조에서도 볼 수 있다.
남녀노소와 상하 계급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즐기는 윷놀이 역시 소에서 연유된 것이다.
「윷」은 고어로 융이었다.
「융」은 고어로 「소」를 가리킨다.
윷놀이에서 나오는 「모」는 말이고 윷은 소, 걸은 노새, 개는 견이고 도는 돼지이다.
이처럼 민속놀이에 소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소가 모든 계급층에 얼마나 가까왔던가를 알 수 있다.
순 임금으로부터 벼슬을 하라는 소리를 듣고 더러운 소리를 들었다하여 개울에서 귀를 씻는 허유를 보고 개울 아래에서 소에게 물을 먹이던 소부가 딴 곳으로 몰고 갔다는 고사에서도 소는 등장하고 있다.
소에게 흠이 있다면 고집이 너무 세다는 것이다. 주인이 아무리 채찍질을 해도 움직이기 싫으면 꼼짝 않는다. 그래서 우리말의 「옹고집」을 보통 「쇠고집」이라고도 하고 고집쟁이에게 『소죽은 귀신이 태어났느냐』고 나무라는 광경을 자주 본다.
소띠를 가진 사람은 식복이 있고 순하고 듬직하다는 등 모두 좋은 것으로 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을에서 봄 사이에 태어난 사람이 가장 좋다고들 한다. 소해에 팔자가 좋은 사람이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즐거워진다. 【임동권 <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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