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나보코프」의 야심작 소설 『투명한 물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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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매그로·힐」 출판사에서 간행한 「블라디미르·나보코프」의 야심작 『투명한 물체들』은 총 1백4「페이지」의 잡지 연재 소설 규모로서 작가 특유의 필치를 풍기고 있다.
『투명한 물체들』이란 제목부터가 「아이러니컬」한 이 작품의 내용은 「마리화나」와 나비의 날개로 가득찬 마녀의 빗자루만큼이나 투명하다.
출판사에서 모종의 아리송한 직책을 맡고 있는 주인공 「휴·퍼슨」이 벌이는 행동은 「스위스」 산악 지대에 자리잡은 외딴 마을에 몇번 찾아가는 것으로 전개된다.
「퍼슨」을 결혼으로 유도한 요녀 「아르만드」「퍼슨」에게 목졸라 죽임을 당함으로써 그 값을 치른다. 그러나 이 행동은 「퍼슨」의 간질병이 발작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훌륭한 문장력을 발휘하는 「미스터·R」이라는 괴팩한 작가도 등장한다.
한편 작품의 시간적 전후 관계는 완전히 무시되어 사건의 연관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독자는 작품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바로 그전 사건을 염두에 두고 읽지 않으면 「스토리」를 진행시키는데 힘들게 된다.
예를 들면 독자는 「미스터·R」의 『검은 턱수염에 싸여진 비밀』이 몇줄 뒤에 나오는 『산적의 턱수염을 기른 「태뭐스」씨』를 암시한 것임을 포착해야만 한다.
작가 「나보코프」는 비유적인 암시, 장황하게 늘어놓으나 뼈대가 없는 말, 방백의 생략, 뒤엉켜진 문장, 끊임없이 나오는 완곡법 등을 가지고 독자에게 속임수를 쓰고 있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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