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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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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무래도 속되지 않은 품위가 귀인다운 노란 은행잎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은행은 장수목이라고 해서 공손수라고도 불리는데 은행나무의 열매도 백과·불지감·압각자 등의 별칭을 지니고 있다. 원산지는 중국. 절강성에서 야생한다는 기록이 있다.
은행나무는 식물인데도 정충을 가지고 있어 특이하다. 즉 암수나무가 따로 있다(자웅이주).
5월에 꽃이 피어 9월께 수정하는 생물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예부터 은행열매가 정력강장에 좋다는 믿음도 이러한 은행의 특이한 성격 탓인 것 같다. 궁중요리나 제삿상에 은행은 꼭 오른다.
은행의 영양식품으로서의 가치는 전체의 13·1%를 차지하고 있는 단백질 성분에서 엿볼 수 있다. 단백질 중 중요한 성분은 「글로불린」 「알부민」 「푸로라민」 「글루테린」 등인데 특히 은행에 함유된 「글로불린」을 「깅코우」라고 부른다. 이 물질은 혈액 내에서 질병에 관련되는 성분이다.
은행의 특성은 「히스티딘」 「아지닌」 「아스파라긴」 같은 「아미노」산의 함량에도 있다. 생명현상을 관장하는 핵산의 합성과정에서 이들 「아미노」산은 긴요한 물질로 작용한다.
이밖에 은행의 영양학적인 조성을 살펴보면-.
당(주로 자당) 6%, 전분 6·7%, 지방 2·9% 등이고 「칼슘」 「마그네슘」 인 「칼륨」 등의 무기질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그러므로 은행은 우수영양식품임에 틀림없으며 정력강장식품이라는 옛 사람들의 말이 근거 없는 속설만은 아니다.
옛 중국 문헌에 따르면 은행은 진정·진해작용이 있고 천식·만성임질·부인의 대하증에 효험이 있으며 폐결핵에도 특이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한방이나 민간요법으로 은행은 이런 질병에 자주 사용되고 있다.
최근 은행에 동맥경화를 예방해 주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은행은 더욱 사랑을 받게 되었다. 즉 「콜레스테롤」의 흡수와 혈관 벽에의 퇴적을 방지해줌으로써 동맥경화를 막아주는 「베타·시토스테롤」이 은행에서 검출된다. 그러므로 고혈압 환자에게도 은행은 적극 권장되는 식품이다.
그러나 은행의 껍질에는 몹시 구린내를 풍기고 피부에 접촉되면 염증을 유발하는 은행산 「깅코우」나 「기놀」 「비오노볼」 등과 같은 독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중앙대 약대 학장 한덕룡 박사는 『은행을 많이 먹고 중독사를 일으킨 예도 있다』고 말하고 『이러한 독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은행에 소금을 쳐서 구워먹는 방법이 좋다』고 소개한다.
한 박사에 의하면 현관을 확장시키고 경련을 막아주며 혈액응고를 지연시키는 성분들이 은행잎에 함유되어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들이 「헝가리」의 학자들에 의해 규명되고 있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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