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스토크」초청 연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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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케스트라」의 사활이 지휘자에 달렸다고 하는 말은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이번 국향의 연주는 능력의 한계를 초월한 하나의 기적을 이룩해 놓았다는데 지휘의 영향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국향의「톤」을 바꿔놓고「음악의 얼굴」을 바꿔놓은「로젠스토크」의 능숙한 지휘는 과연「마술사」다운 면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핵심적인 곡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그 면밀한 감각은 놀랄만하다. 항시 마음죄는 불안이 따르는 국내연주에서 오래간만에 신뢰감을 갖고 마음놓고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지휘는 과장도 없고 교만도 없다.
또한 자상한 배려에서「오케스트라」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작품의 구심적인 심 미력을 부각시키는 풍부한 음악성도 경이적이고 폭발하는 내부 감정을 통어하는 자제에서 강 주라 할지라도 무모하게 울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물론 악기를 바꾸지 않는 이상 하루아침에 음색이 맑아지기는 어렵겠지만「앙상블」은 전례 없이 잘 짜여져 짭짤한 음악이 되었고 그 설득력도 어느 때보다 강했다고 본다.
금관의 음색이 귀에 거슬리기는 했지만「오케스트라」가 좋지 않고는 제 맛을 내기 어려운「브람스」의『교향곡 제4번』은 면밀한 연출로 주제를 잘 살려 풍만한 표정을 지어 중후한 노래를 들려주었고「차이코프스키」의『교향곡 제6번』(비창)은 첫 머리 도입부가 약간 산만했지만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 작품성에 충실한, 그리고 균형 잡힌 연주로 풍부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김형주<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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